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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숨 고르기 /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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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합니다.
숨을 고르고 있어요.
더없이 신성한 시간입니다.

옆에서는 그냥
그 조용함의 깊이를
자기의 조용함으로 느끼면 됩니다.
더없이 신성한 시간입니다.


■ 단풍나무에 새순이 돋았습니다. 문득 돋았습니다. 아무도 몰래 돋았습니다. 그 위로 봄 햇살이 가만가만 내려앉고 있습니다. 깜장 고양이가 살금살금 걸어가다 그만 한참 동안 하품을 합니다. 맞은편의 개나리들은 꽃을 피울까 말까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애기별꽃은 벌써 아까 전부터 나붓나붓 하얀 손들을 흔들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애기별꽃들 위를 살포시 건너갑니다. 민들레도 산달래도 다닥냉이도 찔레 곁에 목련 아래 저 혼자들 속닥속닥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모두 신이 지핀 보람입니다. "더없이 신성한 시간입니다." 그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도 마냥 따뜻하기만 합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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