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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60년된 낡은 기관총으로 中 어선 단속하는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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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함포 사격 훈련 모습. [사진=연합뉴스]

해경 함포 사격 훈련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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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들어 우리 해경이 기관총을 사용해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을 격퇴하고 있다. 가장 최근은 지난달 17일이었다. 이날 오후 11시쯤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서쪽 56㎞ 해상에서 해경이 1시간여에 걸쳐 900여발의 기관총을 쏴서 동료 어선을 구출하려 달려들던 30여척을 물리쳤다. 올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4번째다.

이같은 해경의 기관총 사용은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10월7일 발생한 해경 단속정 침몰 사건이 그것이다. 당일 오후 3시8분께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이 단속에 나선 4.5t급 해경 고속단정 1척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도주했다. 당시 해경 고속단정에는 단속 대원 1명이 타고 있었다.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었다. 해경은 이후 총기 사용 매뉴얼을 제정한 후 위험한 상황에선 예외없이 기관총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요즘 중국 어선들이 툭하면 쇠창살ㆍ철망을 두른 채 해경 함정에 돌진하는 등 단속에 강력 저항하고 있다. 이탓에 중국 당국 측도 대놓고 항의를 하지는 못하고 있다. 관영 언론이나 네티즌 여론을 통해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사드 배치 본격화 후 반응이 어떻게 달라질 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문제는 기관총을 쏴도 중국 어선들이 크게 겁을 먹는 기색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1일 첫 사격 때만해도 그렇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처음으로 기관총을 쐈을 때만 해도 그렇다. 해경 함정 5척으로 구성된 기동전단이 2척 나포해 압송하던 중 주변에 있던 30여척이 나서 위협을 가하며 집단적으로 저항했다. 해경은 기관총 600여발을 발사했지만 중국 어선들은 별로 겁도 먹지 않았고, 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저항을 계속하다가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단속에서도 900여발의 기관총을 쐈지만 중국 어선들의 저항은 그치지 않은 채 약 1시간 가량이나 지속됐다.
M60 사격 장면. 출처-네이버캐스트 무기의 세계.

M60 사격 장면. 출처-네이버캐스트 무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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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해경이 사용하는 '기관총'이라는 것이 알고보면 M60이라는, 설계된 지 60년 가까이 된 낡고 오래돼 성능도 떨어지는 총이라는 점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M60은 미군이 1960년대부터 사용해 왔다. 중간 개량형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40~50년은 된 오래된 총이다. 70~80세대들에겐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람보'의 주인공이 M60을 어깨에 두른 채 베트콩들을 향해 난사하는 장면이 레전드로 남아 있을 정도다. 한국도 1974년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생산을 시작해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

M60은 설계 된 지 60년 가까이 된 낡고 오래된 총이라는 점 외에 또 다른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최고 속도인 분당 200발 정도를 발사할 경우 총열이 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분마다 총열을 바꿔야 한다. 발사 도중 총열을 바꿀 수가 없으니 사수 입장에선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발사 소리로 치자면 '드르르르르르륵' 긁어 대는 게 아니라 소총 쏘듯 '드륵----드륵----드륵'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부 손잡이가 없는 오래된 기종의 경우 과열된 총열을 손으로 잡기 힘들어 석면 장갑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구조도 복잡해 총열 교환 시간도 길다.

M60이 말은 기관총이지만, 요즘 성능이 개선된 웬만한 자동소총 정도의 위력 밖에는 발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해경은 기관총인 M60을 쏴도 사격 대상인 중국 어선 쪽에선 개인화기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저항의 기세를 꺾는 데 효과가 생각보단 크지 않다는 게 일선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M60은 이러한 단점 때문에 미군에서도 M249, M240 등 다른 기관총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국군도 K3 경기관총을 개발해 1980년대 후반부터 M60을 퇴출시키고 있다. 하지만 해경은 여전히 예산 상의 문제로 이처럼 낡고 오래된 M60 기관총을 대체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해경의 함정ㆍ무기 체계 등 각종 장비는 해군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경의 1500t급 함정 건조가가 700~800억원대라면, 해군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정도인 게 대표적 사례다. 해경 관계자들은 무기 체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 항행 능력이 뒤쳐지는 것에 대해선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태풍 등 악천후 속에서 구조 작전을 펼치거나, 만약의 경우 적과 대함 전투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는 해경 경비함이 해군으로부터 '오릿배' 취급받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손해라는 것이다.

한편 본격적인 성어기인 4~5월을 맞아 해경은 또 다시 서해 주요 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과의 전쟁에 나선다. 올해는 이달 말 창설되는 서해5도경비단이 가세한다. 사드 배치와 맞물려 더 거세질 중국 어선들의 저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해경 단속 대원들의 안전과 물샐 틈 없는 단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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