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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봄꽃은 구경도 못하고 바다꽃만 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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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으로 떠나는 봄맞이 여정-春香이 오기전에 봄맛부터 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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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사진 한 장에 반해 떠난 길입니다. 입춘(立春)을 앞두고 활짝 피어난 매화꽃 한 송이었습니다. 남녘땅 거제도나 섬진강변에 핀 매화꽃이 아닙니다. 동해안 바닷가에 피어난 매화꽃입니다. 왠지 호기심이 가득 밀려왔습니다. 하물며 매화꽃이 핀 마을 이름도 '울진군 매화면 매화리'였으니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은빛 백사장 지나 바닷가를 향해 활짝 피워 봄빛을 그려내는 풍경을 떠올리며 먼 길도 단숨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요. 봄빛 가득 품은 바닷가 매화꽃은 이제 겨우 봉우리를 맺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에 한 방 먹었습니다. 그나마 양지바른 곳에 피어난 몇 송이 매화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습니다. 그래도 봄은 봄인가 봅니다. 바닷바람을 타고 오는 매화꽃향이 코끝을 벌름이게 만들어 주니까 말입니다. 한결 누그러진 봄바람은 해안도로를 달려 도착한 후포항에도 당도해 있었습니다. 봄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느끼지 못했을 뿐 이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곁에 시나브로 다가왔습니다. 후포항은 봄꽃보다 봄맛이 먼저인 곳입니다. 이맘때부터 오동통 쫄깃쫄깃 살 오른 대게와 붉은대게(홍게)가 지천이기 때문입니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울진으로 이른 봄맞이 여정을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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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에 대한 실망감이 하룻밤 사이 기쁨으로 바뀐 것은 울진 최남단 후포항에서다. 입춘이던 지난 4일 새벽 5시. 경북 울진군 후포항은 대낮처럼 환했다. 어둠을 뚫고 수평선 너머로 대게잡이를 떠났다가 만선 깃발을 달고 포구로 돌아온 어선들이 늘어서 밝힌 불빛 때문이다. 갈매기들은 환한 조명에 새벽잠을 설쳤는지 날개를 활짝 펴고 어선 위 창공을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오전 8시. 어판장에 일렬로 늘어선 활어차마다 숨겨둔 보물을 선보이듯 빨간 고무통에 대게가 가득하다. 긴 장화에 고무장갑을 한 어부들이 대게를 어판장 바닥에 깔기 시작했다. 대게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얀 배는 위로 향한다. 어부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게를 크기별로 나란히 줄을 맞춘다.

경매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순식간에 중매인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어판장은 갓 잡아 올린 대게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인다. 빨간 모자를 쓴 경매사는 중매인들이 내미는 나무판에 적힌 입찰가격을 보고 최고 낙찰가를 알린다. 가끔 입담 좋은 경매 진행자와 중매인이 벌이는 승강이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경매가 끝나면 후포항은 대게시장으로 변신한다. 싱싱한 대게를 큰 고무통에 풀어놓고 관광객들을 붙잡는 상인의 손길에서 이른 봄 활력이 느껴진다. 이쯤 어판장 인근 식당가도 떠들썩해진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대게 찜통이 한껏 눈과 혀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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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서도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대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후포항이다. 국내 최대 대게 주산지인 이곳은 해마다 2~3월이면 대게를 맛보려는 이들로 부산하다. 매몰찬 추위에 맛과 살을 키우는 대게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대게 하면 '영덕' 두 글자가 친숙하지만, 대게 원조마을은 울진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렇다. 16세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자해(紫蟹)라고 표기된 대게가 평해군과 울진현의 특산품으로 나와 있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못했던 1930년대에 대게를 비롯한 해산물 중간집하지가 영덕으로 고착화되면서 '영덕 대게'로 불려왔다. 울진 바다에서 잡아도 '영덕' 상표를 달면 더 비싸게 팔린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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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으로 '죽해(竹蟹)'라 쓴다. 금어기가 풀리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잡는다. 몸통은 수컷 13㎝, 암컷 7㎝ 정도까지 자라지만 다리 길이는 훨씬 길쭉하다. 암컷은 포획이 금지돼 있고 수컷도 몸통이 9㎝(치수라 부른다) 이상 되는 것만 잡을 수 있도록 통발과 그물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울진대게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바닷속에 왕돌초로 불리는 거대한 암초가 있는데, 이 부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왕돌초 넓이는 동서 21㎞, 남북 53㎞ 정도 된다. 사실 울진대게든 영덕대게든 다 여기서 잡는다.

대게를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찜통에 통째로 쪄내거나 끓인 탕으로 먹는다. 대게는 열을 가할수록 살이 질겨지고 짠맛이 강해져 단순한 요리법인 쪄서 먹는게 좋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쟁반에 수북이 쌓아놓은 대게 다리 하나를 떼어낸 후 마디를 부러뜨려 당기면 껍질 속에서 반들반들한 하얀 속살이 나온다. 초보자들은 대게를 먹을 때 관절을 부러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관절을 부러뜨리면 다리에 있는 살을 빼먹기가 쉽지 않다. 관절이 아닌 중간 부분을 똑 부러뜨려 빼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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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뚜껑은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 먹으면 별미 중 별미다. 구수하면서도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대게를 먹다보면 수북하던 쟁반은 어느새 게 눈 감추듯 말끔해진다. 대게 이웃사촌으로 붉은 대게로 불리는 홍게도 있다. 울진에서 많이 잡히는 홍게는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심해에서 사는 홍게는 껍질이 단단하고 짠맛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살이 통통하게 오른 홍게는 대게 못지않게 맛이 좋아 미식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값은 대게에 비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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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은 알찬 대게처럼 볼거리도 많다. 20여km에 이르는 망향정-월송정-후포 해안도로는 봄맞이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파도가 들고나는 갯바위마다 강태공들의 손맛이 가득하다. 해안도로 최북단 죽변항에 있는 죽변등대는 유명하다. 불을 밝힌 이래 100년이 넘도록 동해상을 항해하는 선박의 길잡이를 하고 있다. 등대 주변에 자란 매화나무는 탐스럽게 매화꽃을 피웠다. 등대 아래 하트해변과 드마라 '폭풍속으로' 세트장더 인상적이다. 비구니 수행도량인 불영사와 불영계곡, 왕피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도 온천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덕구온천과 백암온천에 들러 여행의 피로를 풀어볼 수 있다.

울진=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풍기IC를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를 거치면 울진 서면이 나온다. 여기서 불영계곡을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후포로 간다. 영동고속도로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울진읍에 들면 망양정-월송정-후포항을 잇는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최근 개통한 상주-영덕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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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울진에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2017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3월2일부터 3월5일까지 후포항 한마음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에는 월송 큰 줄 당기기 등 전통 민속놀이와 더불어 대게 플래시몹, 대게송, 대게춤 등 다양한 주제로 펼쳐진다. 특히 지역 수산물을 판매하는 '방티 페스티벌'이 눈길을 끈다. 맛있는 수산물을 회, 찜, 탕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및 레크리에이션, 대게 및 붉은대게 직판, 관광객 특별 경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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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죽변과 후포항 일대에 맛집이 많다. 이중 후포항 왕돌회수산(054-788-4959)은 대게와 홍게를 알차게 내놓는집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홍게탕(사진), 활어회 등이 맛나다. 망양정 아래에 있는 망양정횟집(054-783-0430)은 해물칼국수로 이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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