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그 철학자는 왜 우리에게 게으름 피우라 권했을까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그때그사람]47년 전 오늘 세상 떠난 버트란드 러셀…"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통념이 선한 본성 뺏는다" 주장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세기의 평화주의자, 반전(反戰)의 지성, 평화를 위한 행동파, 세기의 석학. 1970년 2월 초, 당시 신문들이 한 사람의 부고를 전하며 쓴 표현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였고, 20세기 지식인 중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진 석학이었던 버트란드 러셀의 부고였다.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러셀은 철학자였고 끊임없이 현실에 참여하는 행동가였다. 또 노벨문학상을 받은 문필가였고, 하루 평균 3000 단어 이상을 쓸 정도로 쉼 없이 지적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이 노 철학자가 찬양한 것은 정작 '게으름'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버트란드 러셀

버트란드 러셀

AD
원본보기 아이콘

2일은 러셀이 세상을 떠난 지 47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98년 인생은 그가 쓴 자서전 서문에 집약돼 있다. 그는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고 썼다.
그가 얘기한 세 가지 열정 중 방점이 찍히는 것은 바로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다. 그는 학자였지만 학문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쟁을 반대하는 글을 써 수감되기도 했고 세계대전 이후 수소폭탄 반대운동, 핵무장 반대운동 등을 벌였다. 또 쿠바 위기와 중국·인도의 국경 분쟁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쳤다. 영국의 귀족 출신이었지만 여성해방 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런 그의 목소리 중 지금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은 바로 산업사회 인간의 노동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그는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글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의 문제를 지적하고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게을러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이 글을 이렇게 끝맺는다. "현대의 생산 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편 사람들에게는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나갈 이유는 전혀 없다."
50여 년 전 노 철학자의 충고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노동시간 실태와 단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5년 2273시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멕시코, 그리스뿐이었고 OECD 평균(1766시간)보다 무려 500시간 긴 것이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