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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켜켜이 쌓인 애환…예나 지금이나 태백에 비는 마음은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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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가, 붉은빛 백두물결…민족의 영산 태백산을 오르다

[여행만리]켜켜이 쌓인 애환…예나 지금이나 태백에 비는 마음은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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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강원도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오매불망 눈 소식을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눈 예보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삭막한 겨울풍경에 새하얀 눈은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만리 목적지인 태백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서둘러 눈길을 뚫고 길을 나섰습니다. 영월을 지나 정선에 들자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로는 얼음판 마냥 미끄럽습니다. 차는 서행모드입니다. 사고 난 차들이 도로변에 이리 저리 뒹굴고 있습니다. 등짝을 타고 땀줄기가 한 움큼씩 흘러내립니다. 우리나라 국도 중 차로 가는 가장 높은 두문동재를 넘어 태백에 듭니다. 이맘때 떠나는 여정에 태백은 항상 우선순위입니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와 매봉산 바람의 언덕, 철암마을 등 볼거리가 풍부해서이기도 하지만 태백산(1567m)이 그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산을 두고 굳이 겨울 태백산을 찾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군신화나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단종을 말하기엔 답이 너무 뻔합니다.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그냥 '끌림'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산(靈山)인 태백산에 올라야 한 해가 시작된다는 믿음,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일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설화(雪花)가 가득한 백두대간도 '끌림'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폭설이 내리는 길을 달려 태백으로 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눈이 내렸다 그쳤다 반복한다. 온도계는 영하 15도를 가리킨다.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어둠속에서 산행객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저마다 두툼한 옷에 모자, 배낭을 짊어지고 중무장을 한 채 비장한 모습이다. 새벽 4시, 유일사 주차장은 산행객들 머리 위에서 빛나는 랜턴불빛을 받아 환하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출발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랜턴불빛을 따라 산을 오른다. 적막을 깨고 들리는 것은 '뽀드득' 눈 밟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전부다. 랜턴불빛이 이리저리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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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은 단군성전과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천제단이 있는 민족 영산이다. 강원도와 경상도에 걸쳐 있으면서 태백산맥의 모산(母山)으로 불린다. 함경남도 원산에 있는 황룡산에서 비롯돼 금강산ㆍ설악산ㆍ오대산ㆍ두타산 등을 거친 후 이곳에서 힘껏 솟구쳤다. 지리적으로는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분기점이다. 최고봉인 장군봉과 문수봉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지형이 크고 웅장하다. 지난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명성에 걸 맞는 직위도 얻었다. 그래서인지 산을 오르는 발걸음이 조심스럽고 의미도 각별하다.

등산로는 당골광장이나 유일사 입구 등 몇 곳이 되지만 유일사 쪽이 덜 힘들고 거리도 짧다. 유일사 주차장에서 장군봉-천제단-망경사-당골광장 코스가 5시간 정도 걸린다.
1시간여 올랐을까. 갑자기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쳐 몸속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일순 세상이 얼어붙은 듯 싸늘해진다. 눈은 사라지고 별들이 초롱초롱 빛을 발한다.

잠시 쉬고 있던 산행객에게 왜 태백산을 찾았냐고 물었다. "그냥" 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칼바람에 체감온도 영하 20도가 오르내리는 이 새벽에 그냥 산을 오른다니…. 뚜렷한 이유보다 태백산이 좋아서 '그냥'이라고 표현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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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1.7㎞ 정도 앞두고 길이 험해진다. 등산로는 좁아지고 돌과 나무가 눈에 띄게 많아진다. 산 능선을 따라 주변이 어렴풋이 밝아온다. 예사롭지 않은 나무 형상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태백산 '주목(朱木)'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은 줄기와 가지가 붉은색을 띄며 강인한 생명력으로 유명하다. 겨울철엔 말라 비틀어져 죽은 듯 보이면서도 봄이 오면 다시 물기를 머금고 파란 싹을 낸다고 한다.

주목 군락지를 벗어나 장군봉으로 가는 등산로 양쪽으로 눈꽃이 피었다. 겨울 태백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능선이건 나무건 눈으로 덮여 있다. 양팔에 주렁주렁 눈송이를 안은 나무들이 힘에 겨운 듯 아래로 늘어뜨렸다. 자연이 선물한 눈부신 눈꽃향연에 산행객들은 잠시 넋을 놓는다. 찬바람에 손끝과 발끝이 아리지만 눈앞에 보이는 설화에 추위쯤은 뒷전이다.
장군봉을 지나 천제단으로 향하자 동쪽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백두대간 능선을 넘어 붉은 기운이 솟아오른다. 대자연이 내뿜는 불덩이가 꿈틀대며 온 몸을 휘감는다. 겹겹이 쌓인 발아래 산들과 정상에 선 이들이 숨을 죽인다. 마치 하늘과 땅이 소통하는 통로에 서 있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냥" 태백산을 찾는다는 이유가 이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고려후기 문신인 안축(1282~1348)이 남긴 登太白山이란 글이 떠오른다.
'긴 허공 곧게 지나 붉은 안개 속 들여가니/최고봉에 올랐다는 것을 비로소 알겠네/둥그렇고 밝은 해가 머리위에 나직하고/사면으로 뭇 산들이 눈앞에 내려 앉았네/몸은 날아가는 구름 쫓아 학을 탄 듯하고ㆍㆍㆍ.

이성건(55ㆍ서울)씨는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태백산 일출을 보니 힘찬 기운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면서 새해(설날)를 앞두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날이 밝은 후 천제단을 중심으로 백두대간 고봉들이 어깨와 어깨를 맞대는 파노라마는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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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함백산(1573m), 서쪽으로 장산(1409m), 남서쪽으로 구운산(1346m), 동남쪽으로 청옥산(1277m), 동쪽으로 연화봉(1053m) 등 소위 1000m가 넘는 고봉준령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낙동강과 한강 또한 이 산맥에서 비롯돼 그 신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태백산은 천년병화(千年兵火)가 들지 않는 영산으로 일컫는다.

강추위와 세찬 바람이 부는 탓에 정상에 오래 버티고 서 있을 수 없다. 속살을 보여주기 싫은 탓인지 온통 순백으로 뒤덮인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천제단아래 단종비각을 지나면 망경사다. 절에는 용정(龍井)이라는 우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솟아 나오는 샘으로 알려져 있다. 여간해서 마르지 않아 천제 제사용 물로 쓰인다고 한다. 샘물은 얼음장같이 차갑지만 산행으로 데워진 갈증을 씻어내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온갖 시름을 벗어 던지고 충만한 기를 받은 사람들 발걸음이 가볍다.

태백산(태백)=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20여분 단축됐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IC를 나와 38번 국도로 빠져 영월, 정선, 고한을 지나면 태백이다.

△먹거리=한우 갈비살(사진)과 닭갈비가 별미. 해발 65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란 한우를 재래식 도축으로 신선한 육질을 자랑한다. 태백실비식당, 태성실비식당, 태백한우골 등 질좋은 갈비살을 내는 집들이 많다. 닭갈비는 고구마, 떡, 냉이 등에 육수를 붓고 끓여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볼거리=한국 석탄산업의 변천사와 석탄생성의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석탄박물관이 있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황지를 비롯해 철암마을(사진), 귀네미마을, 매봉산 바람의 언덕, 구문소 등도 빼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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