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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평 방안은 찜통"…더위에 시름하는 고시원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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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평 좁은 고시원, 여름되면 찜통되기 일쑤
-지은지 20년 이상된 노후 고시원은 냉방도 잘 안돼
-습한 공기에 곰팡이 생기기도…"차라리 밖으로 나가는게 나아"
-민달팽이유니온 "청년 주거빈곤층 위한 정책 확대해야"


"2평 방안은 찜통"…더위에 시름하는 고시원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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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여름이 되면서 고시원 생활이 더 힘들어 졌어요. 요즘 전기세 누진세가 논란이라 주인에게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말하기도 눈치 보여 그냥 참거나 밖으로 나가요"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리는 등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좁은 고시원에 사는 청년들은 '극한 더위'에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노후 고시원의 경우 방마다 에어컨이 있는 신축 건물과 달리 중앙통제식이라 더위에 더욱 취약하다. 대부분 시간을 정해 고시원 주인이 에어컨을 가동하지만 전기세 부담에 하루 5~6 차례 정도로 횟수가 제한되는 등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서울시내 고시원은 6373개에 달한다. 주로 소득이 없는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며 방 규모는 2~3평 정도로 국토교통부가 정한 1인 최저주거기준인 14㎡(약 4평)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 '청년정책의 재구성 기획연구(2015)' 보고서를 보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229만4494명) 중 22.9%(52만3869명)가 이와 같은 주거 빈곤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고시원에 사는 이모(25·여)씨는 매일 아침 온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잠에서 깬다. 중앙통제식인 에어컨이 밤 사이 10~30분씩 2차례 밖에 가동되지 않아 방안이 항상 덥기 때문이다. 6.6㎡(2평) 남짓한 좁은 방에 창문도 없어 여름철 기온이 37도까지 오를 때면 방안은 찜통이 되기 일쑤다. 얼마 전엔 방에서 나는 냄새를 잡으려고 비닐봉지에 커피가루를 담아 구석에 놔뒀더니 일주일만에 곰팡이가 생겼다. 이씨는 "월세가 33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해 들어왔는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더운날 아침에는 흐르는 땀 때문에 가끔 화장을 못할 때도 있다"고 했다.
고시원 공용주방 구석에 곰팡이가 슬어있다.

고시원 공용주방 구석에 곰팡이가 슬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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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충무로 고시원에 사는 취업준비생 신모(28·여)씨 역시 여름철 찜통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건물이 낡아 천장 에어컨 구멍에서 나오는 바람에는 꿉꿉한 냄새가 나기 일쑤고 그마저도 하루 6~7차례 10~20분 정도면 끊긴다. 낮에 주인이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한참동안 에어컨 바람은 구경도 못한다. 신씨는 "고시원의 더럽고 낡은 시설은 참아도 여름철 무더위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며 "너무 더울 땐 밖으로 나가 카페나 도서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고시원 주인들도 입주한 청년들이 더운 것은 알지만 높은 전기세 때문에 무작정 에어컨을 가동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고시원 하나에 20~30개의 방이 붙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한달 전기세만 해도 상당해서다. 중앙통제식으로 냉방을 하는 한 고시원 주인은 "여름철 에어컨으로 전기세만 80~100만원 이상 나온다"며 "덥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중구 부동산 관계자는 "중구에 이처럼 낡고 더위에 취약한 고시원이 최소 50%는 넘을 정도로 아직 많다"고 말했다.

정남진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다른 세대의 경우 주거환경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주거빈곤층에 놓인 청년들이 만연해 있지만 행정이나 입법 과정에서 이 수치에 대한 실태파악이 잘 안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 "너무 좁거나 오래된 고시원 등은 없애는 게 맞지만 이후 신축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비싼 월세에 오히려 청년들은 들어오지도 못할 것"이라며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신경 쓰고 관련된 정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는 건축 20년 이상 노후 고시원 등을 리모델링한 뒤 청년 주거빈곤층에게 시세의 80% 이하로 지원하는 주거복지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유주택(셰어하우스)의 형태로 주거 빈곤층에 놓인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10호를 목표로 참여 고시원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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