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도끼에 뒤통수 찍혀…'충격적' 살인흉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정확히 75년 전인 1940년 8월20일 멕시코 코요아칸의 저택. 어떤 남자가 등산용 얼음도끼(피켈)로 한 사람의 뒤통수를 찍었다. 흉기를 휘두른 이는 피해자의 곁에 머물던 라몬 메르카데르. 도끼에 머리를 찍혀 결국 숨을 거둔 이 남자의 이름은 레브 다비도비치 브론슈타인이었다. 바로 레온 트로츠키라고 불렸던 불세출의 혁명가다. 러시아 혁명을 주도해 소련을 세웠고 레닌에 이어 권력을 잡을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던 트로츠키는 왜 먼 타국 땅인 멕시코에서 참혹하게 죽음을 맞았을까.

메르카데르를 보내 트로츠키를 잔혹하게 살해한 이는 스탈린으로 알려졌다. 트로츠키는 레닌 사후 스탈린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1927년 추방된 뒤 세계 곳곳을 떠돌았다. 스탈린이 외국에서 떠돌던 트로츠키를 암살한 이유는 그의 영향력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상은 서유럽의 공산주의 지식인과 혁명가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고 그는 반(反) 스탈린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배반당한 혁명' 등의 저서도 발표했다. 스탈린은 혁명 당시 트로츠키의 역할을 축소 왜곡했고 그의 사상이 레닌에 맞서는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트로츠키가 추방된 뒤 대대적인 숙청을 벌여 가족과 측근들도 대부분 죽였다. 트로츠키 역시 끊임없이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하지만 트로츠키에게도 권력을 잡을 기회는 있었다. 역할이 미미했던 스탈린과 달리 혁명의 주역이었던 트로츠키에게 레닌은 인민위원회 의장을 맡아 정부의 수반이 돼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고사했고 이어 내무부 장관 자리 제안에도 손사래를 쳤다. 유대인이었던 그가 당시 러시아의 정서를 고려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초대 외무부 장관을 맡았다. 이후에도 많은 공을 쌓은 트로츠키가 스탈린에게 밀려난 것은 그의 오판 때문이었다. 로버트 서비스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전기에 따르면 천재였던 트로츠키는 스탈린을 "재능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며 무식쟁이에 단지 평범한 관료"라고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또 기회가 와도 권력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과 독설로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

추방된 뒤 세계를 떠돌던 트로츠키가 멕시코에서 죽게 된 사정은 이렇다. 터키, 프랑스, 노르웨이를 전전하던 트로츠키를 멕시코로 부른 것은 민중화가로 이름을 떨치던 디에고 리베라였다. 리베라는 트로츠키가 1937년 멕시코로 망명하는 것을 도왔고 부인이던 프리다 칼로의 친정집을 거처로 제공했다. 프리다 칼로와 트로츠키의 로맨스가 싹튼 것도 이 무렵이다.

트로츠키는 사망하던 해인 40년 2월의 죽음을 예감한 것처럼 일기에 유언을 남겼다. 그는 "의식을 깨우친 이래 나는 43년의 생애를 혁명가로 살아왔다. 나는 화해할 수 없는 무신론자로 죽을 것이다. (중략) 인생은 아름답다. 훗날의 세대들이 모든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 삶을 마음껏 향유하기를…"이라고 썼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