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프랑스의 고철 사업가들은 정부 명의의 입찰 의뢰서를 받았다. 에펠탑을 철거할 예정이니 해체 후 고철 판매 가격을 감안해 철거 공사 입찰에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에펠탑을 사서 이를 해체한 후 나온 고철을 팔라는 얘기인 셈이다. 이 입찰에는 다수의 고철 사업자들이 참가했고 낙찰을 받은 이는 공사 수주를 위한 수억원의 1차 대금까지 지불했다. 하지만 이는 빅토르 루스티그라는 사람이 벌인 사기극이었다. 루스티그는 이후에도 에펠탑을 같은 수법으로 한 번 더 팔아먹었는데 가히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도 혀를 내두를 솜씨다.
특히 파리의 문화·예술계 인사들 중에서는 에펠탑을 극도로 싫어했던 이들이 많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이가 대문호 모파상이다. 그는 종종 에펠탑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 이유로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도 에펠탑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으며 몽소공원에 세워진 자신의 동상도 에펠탑을 보지 못하도록 돌려세웠다고 한다.
준공 20년이 되던 1909년에도 에펠탑은 해체 위기를 맞는다. 당초 20년만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무렵 발명된 무선 전신 전화의 안테나로 탑을 이용하게 되면서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루스티그가 사기 행각을 벌일 때는 에펠탑 해체가 깜짝 놀랄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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