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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팔아먹은 프랑스의 '봉이 김선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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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31일은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준공 126주년을 맞는 날이다. 지금은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으로 꼽히고, 파리 시민들의 사랑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에펠탑은 건립 초기에는 적지 않은 수난을 겪어야 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1925년 진행된 에펠탑 매각이다.

당시 프랑스의 고철 사업가들은 정부 명의의 입찰 의뢰서를 받았다. 에펠탑을 철거할 예정이니 해체 후 고철 판매 가격을 감안해 철거 공사 입찰에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에펠탑을 사서 이를 해체한 후 나온 고철을 팔라는 얘기인 셈이다. 이 입찰에는 다수의 고철 사업자들이 참가했고 낙찰을 받은 이는 공사 수주를 위한 수억원의 1차 대금까지 지불했다. 하지만 이는 빅토르 루스티그라는 사람이 벌인 사기극이었다. 루스티그는 이후에도 에펠탑을 같은 수법으로 한 번 더 팔아먹었는데 가히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도 혀를 내두를 솜씨다.
지금 보면 아무도 속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루스티그의 사기가 당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에펠탑을 대하는 인식이 오늘날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에펠탑은 1889년 3월 31일 준공됐는데 프랑스 혁명 100주년에 맞춰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만든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의 이름을 따 명칭이 지어졌는데 처음에는 파리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특히 파리의 문화·예술계 인사들 중에서는 에펠탑을 극도로 싫어했던 이들이 많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이가 대문호 모파상이다. 그는 종종 에펠탑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 이유로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도 에펠탑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으며 몽소공원에 세워진 자신의 동상도 에펠탑을 보지 못하도록 돌려세웠다고 한다.

준공 20년이 되던 1909년에도 에펠탑은 해체 위기를 맞는다. 당초 20년만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무렵 발명된 무선 전신 전화의 안테나로 탑을 이용하게 되면서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루스티그가 사기 행각을 벌일 때는 에펠탑 해체가 깜짝 놀랄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수난을 겪은 에펠탑이 지금은 파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니, 파리 시민의 입장에서는 계속 보게 되니 정이 든 것이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자주 보면 호감을 갖게 된다는 심리학에서의 '단순노출효과'를 에펠탑 효과라고도 부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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