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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 물올랐소, 얼른 와 맛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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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쫄깃쫄깃 살 가득~제철맞은 울진대게, 이달 27일~3월1일 축제도 풍성

대게가 제철을 맞았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대게는 '게 중의 왕'.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경북 울진의 후포항이다. 후포항 한 식당의 가마솥에서 대게가 익어가고 있다.

대게가 제철을 맞았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대게는 '게 중의 왕'.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경북 울진의 후포항이다. 후포항 한 식당의 가마솥에서 대게가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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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후포항 어판장에서 대게 경매를 앞두고 어부들이 대게를 바닥에 깔고 있다

이른 아침 후포항 어판장에서 대게 경매를 앞두고 어부들이 대게를 바닥에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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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바다를 밝히던 집어등이 스러진다. 수평선이 주홍빛으로 물들면 울진 후포항이 활기로 넘쳐난다. 일출의 금빛 물결을 따라 어선들이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항구로 돌아와 금싸라기 같은 해산물을 쏟아낸다.

오전 7시50분. 어판장에 일렬로 늘어선 활어차마다 숨겨둔 보물을 선보이듯 빨간 고무통에 대게가 가득하다. 긴 장화에 고무장갑으로 무장 한 어부들은 호흡 척척, 손발 척척 대게를 어판장 바닥에 깐다. 대게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얀 배는 위로 향한다. 어부의 익숙한 손놀림에 대게가 크기에 따라 나란히 줄을 맞춘다.
오전 8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울진대게 경매가 시작됐다. 순식간에 중매인과 관광객들이 어우려져 어판장은 갖잡아 올린 대게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인다. 빨간 모자를 쓴 경매사는 중매인들이 내미는 나무판에 적힌 입찰가격을 보고 최고 낙찰가를 알린다.

경매가 끝나면 후포항은 대게시장으로 변신한다. 싱싱한 대게를 큰 고무통에 풀어놓고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 상인의 손길에서도 삶의 활력이 느껴진다. 흥정하는 어부와 관광객뒤로 다른 한쪽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의 손놀림도 점점 바빠진다. 이쯤 어판장 인근 식당가도 떠들썩해진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대게 찜통이 한껏 눈과 혀를 자극한다.
 
초봄을 앞둔 늦겨울. 대게가 제철을 맞았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대게는 '게 중의 왕'.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경북 울진의 후포항이다.
후포항의 아침

후포항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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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의 대게 주산지인 후포항은 해마다 2~3월이면 대게를 맛보려는 이들로 부산하다. 매몰찬 추위에 맛과 살을 키우는 대게는 이맘때 통통하게 살이 올라 미식가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대게 하면 '영덕' 두 글자가 친숙하지만, 대게의 원조마을은 울진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렇다. 16세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자해(紫蟹)라고 표기된 대게가 평해군과 울진현의 특산품으로 나와 있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못했던 1930년대에 대게를 비롯한 해산물의 중간집하지가 영덕으로 고착화되면서 '영덕 대게'로 불려왔다. 울진 바다에서 잡아도 '영덕' 상표를 달면 30% 정도 더 비싸다. 이웃사촌인 울진과 영덕이 대게 원조 논쟁을 벌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울진사람들이야 속상하겠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대게를 싼 값에 제대로 맛 볼 수 있으니 고마울뿐이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라고 불린다.
이맘때 후포항의 아침은 대게 경매로 후끈 달아오른다

이맘때 후포항의 아침은 대게 경매로 후끈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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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울진 대게

어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울진 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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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으로 '죽해(竹蟹)'라 쓴다. 금어기가 풀리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잡는다. 몸통은 수컷 13㎝, 암컷 7㎝ 정도까지 자라지만 다리 길이는 훨씬 길쭉하다. 암컷은 포획이 금지돼 있고 수컷도 몸통이 9㎝ 이상 되는 것만 잡을 수 있도록 통발과 그물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울진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바닷속에 왕돌초로 불리는 거대한 암초가 있는데, 이 부근이 대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왕돌초의 넓이는 동서 21㎞, 남북 53㎞ 정도 된다. 사실 울진 대게든 영덕 대게든 다 여기서 산다.

대게를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찜통에 통째로 쪄내거나 끓인 탕 정도다. 이구동성, 쪄서 먹는 게 제일이란다.

후포항의 왕돌수산 임효철(48) 사장은 "대게를 이용해 여러가지 요리를 해봤지만 역시 쪄서 먹는게 최고"라고 했다. 대게는 열을 가할수록 살이 질겨지고 짠맛이 강해져 단순한 요리법이 좋다. 그래서 임 사장은 전통 가마솥에다 대게를 쪄낸다. 짧은 시간에 열전달이 골고루 퍼져 대게맛을 한 층 더 살려준다는 것.
후포항 어판장의 대게 경매

후포항 어판장의 대게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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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쟁반에 수북이 쌓아놓은 대게의 다리 하나를 떼어낸 후 마디를 부러뜨려 당기면 껍질 속에서 반들반들한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뚜껑은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 먹으면 별미중 별미다. 구수하면서도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의 대게를 먹다보면 수북하던 쟁반은 어느새 게 눈 감추듯 말끔해진다.

현재 후포항을 비롯해 죽변항 등 울진 지역에선 크기에 따라 마리 당 2만 5,000~5만원(식사 포함)에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영덕에선 이보다 더 비싸게 줘야 한다. 직접 대게를 고를 땐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이 좋다. 물렁물렁한 것은 살 대신 물이 차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게는 쪄서 먹는게 가장 맛나게 먹는 방범이다

대게는 쪄서 먹는게 가장 맛나게 먹는 방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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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이웃사촌으로 붉은대게로 불리는 홍게도 있다. 울진에서 많이 잡히는 붉은대게는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심해에서 사는 붉은대게는 껍질이 단단하고 짠맛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살이 통통하게 오른 홍게는 대게 못지않게 맛이 좋아 미식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값은 대게에 비해 30%정도 저렴하다.

후포항여객선터미널 2층 울진대게 홍보 전시관도 들러보자. 대게 잡는 모습부터 대게의 종류, 대게 고르는 법 등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모형, 영상, 실물전시, 그래픽 패널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져 있다.

울진=글 사진 조용준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풍기IC를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를 거치면 울진 서면이 나온다. 여기서 통고산자연휴양림,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불영계곡, 불영사 등 안내판을 차례로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후포항으로 가면된다.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7번국도를 쭉 타고 후포항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
울진 대게

울진 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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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울진에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2015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27일부터 3월1일까지 3일간 후포항 한마음광장에서 열린다. 참여객이 가장 좋아하는 무료시식코너를 비롯해 관광객 특별 경매, 현장체험, 대게 퓨전요리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문의 축제집행위원회(054-787-1340)

◇대게 속살처럼 꽉찬 울진의 볼거리
△온천=
겨울철 최고의 여행코스인 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울진군 북면 덕구리 인근 주민들이 예로부터 손으로 돌을 쌓아 온천탕을 만들고 통나무로 집을 지어 관리한 것이 지금의 덕구계곡 노천 온천탕의 시작이다. 덕구온천은 자연용출 온천으로 하루에 약 2,000여 톤이 솟아 나온다. 덕구온천의 원탕은 풍부하게 온천수가 공급된다. 뿜어져 나올 때부터 41.8 ℃의 온도를 유지한다.

덕구온천에서 원탕까지 이어지는 4km의 오솔길은 금강산 구룡폭포 가는 길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절경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2개의 축소형도 덕구계곡의 명물. 금문교, 서강대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청운교 등을 하나씩 지나면서 형제폭포, 옥류대, 용소폭포 등 절경을 감상 하다보면 덕구온천의 원탕에 다다른다. 백암온천도 유명하다. 53℃나 되는 고온으로 여행객의 피로를 싹 녹여준다.
불영사

불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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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수행도량 불영사와 불영사계곡
울진읍에서 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천축산의 서쪽기슭에 자리잡은 신라의 옛 절이다. 이 절을 중심으로 하원리까지 13㎞에 걸쳐서 비경을 이루는 불영사계곡이 펼쳐진다.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대사가 세웠는데, 연못에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친다 하여 불영사라 했다.
 비구니 도량인 불영사는 절 마당의 연못과 연못 옆의 채마밭이 사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명승6호로 지정된 불영사계곡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과 기암괴석, 그리고 울창한 숲으로 어우러져 신비롭다.

△죽변항=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의 죽변항은 대게 어획량에서 남쪽의 후포항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울진 북쪽의 항구다. 죽변등대가 자리한 야트막한 산을 대나무들이 빽빽이 둘러싸고 있다.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방향으로 들어가 마을 쪽으로 나오는 대나무숲 산책로가 좋다. 죽변등대는 1910년 11월 24일 처음으로 불을 밝힌 이래 죽변항과 동해상을 항해하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죽변등대는 대한제국 시절 착공되었기 때문에 등탑 내부 1층 천정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다.
후포항에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만난 울진바다

후포항에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만난 울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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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드라이브=울진은 동해바다를 끼고 있다. 102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울진의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해안도로 드라이빙은 울진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울진 망양정에서 남쪽으로 나 있는 해안도로와 후포항구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울진의 바다풍경이 이야기를 속삭이듯 다가왔다 멀어졌다 한다.
근남면 망양정 ↔ 덕신리 코스 ( 약 20km ).
후포면 후포항 ↔ 직산리 코스 ( 약 20km )

△숲내음 짙은 소광리 금강송
울진군 서면 소광리는 금강송 군락지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는 곳이다. 소광리 1610㏊의 소나무 숲은 벌목의 칼날을 빗겨나간 지금 500년생 금강송 다섯 그루를 비롯해 30~200년 이상된 금강송 수만 그루가 빽빽히 들어찬 장관을 이룬다.
 숲은 신비롭다. 키 높이를 자랑하듯 올곧게 쭉 뻗은 솔숲 사이로 탐방로가 나 있다.
금강송 숲을 보기 위해선 옛날 봇짐장수와 등짐장수들이 넘나들던 '굽이굽이 열두 고개 길'을 걸어야 한다. 보부상길(褓負商路)로 불린다. 이 길은 울진에서 봉화까지의 130리(52km) 거리다. 이 중 30여 리(13.5km)가 일반인들에게 열려있다. 인원제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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