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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法 불편한 진실] 발의한 권익委도 헷갈려…부정청탁·공직자利害 '아리송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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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民·官·學계 제각각 다른 해석 쏟아내…"조항 하나하나가 논리적으로 다 부서지고 보완이 안됐다, 최소한의 완결성도 없어 참담"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입법을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주무부처 장관도 이렇게 저렇게 볼 수 있다며 오락가락이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의 공식적인 발언을 그렇게 뒤집어 버리면 국회는 대체 뭘 가지고 (심사)합니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김영란법'을 두고 전문가들은 물론 최초 발의한 국민권익위원회조차 중심을 잡지 못하고 말을 바꾸자 답답한 심정을 쏟아냈다. 정무위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김영란법이 첫 상정된 이래 지금까지 세 번의 법안소위와 한 차례 공청회를 열었다. 그런데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김영란법을 처음 고안한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민ㆍ관ㆍ학계 전문가 집단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 제각각의 유권해석을 내놓는 바람에 입안 절차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권익위 내부에서도 "김영란 당시 권익위원장이 제안한 법안이라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法 불편한 진실] 발의한 권익委도 헷갈려…부정청탁·공직자利害 '아리송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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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부정청탁'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5월23일 열린 2차 법안소위에서 이성보 권익위원장에게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기 발행, 동양증권 기업어음(CP)ㆍ회사채 불완전판매 사건 등을 예로 들며 "피해자들이 법으로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국회의원이나 금융감독원을 찾아가 '피해가 해결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한다면 부정청탁에 해당되느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그런 행위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면 부정청탁에 해당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회의에서 이 위원장은 같은 질문에 "(부정청탁의) 정의 조항을 수정해 해결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공익적인 목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는 것으로 부정청탁의 정의를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 의원은 다시 "국민에게 자신의 모든 행위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일일이 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며 조문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문은 해석의 논란이 가장 많은 부분이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형사처벌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고 온갖 예외사례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정무위 소속의 다른 의원은 "전문가들이 공식 회의에서는 '문제없다, 원안대로 가자'는 식으로 일관하다가 회의가 끝나면 그제야 '너무 포괄적인 법'이라며 슬쩍 문제를 인정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데다 여야 정치권의 정쟁의 도구로 번진 만큼 전문가조차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럴 바에야 따로 불러다가 '솔직히 말해봐라'고 하는 게 낫겠다"고 답답해했다.
부정청탁의 형사처벌 대상을 둘러싼 혼선도 점입가경이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부정청탁을 하는 것이라면 제3자든 본인이든 처벌하자는 취지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본인이 하는 것이든 제3자를 통하든 청탁 자체는 전부 다 금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지는 하되 처벌은 안 하는 선언적인 규정"이라고 덧붙여 좌중을 당혹게 했다. 부정청탁을 방지하는 규정이 자칫 국민의 '민원 제기' 자체를 근본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 위원장은 "(청탁한) 본인은 처벌하지 않고, (부정청탁에 개입한) 제3자를 처벌하면 된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금품 수수와 관련해서는 '공직자 면책 요건'을 두고 발언이 뒤바뀌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월27일 3차 법안소위에서 공직자의 가족이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 "본인이 책임지고 반환 인도를 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공직자) 본인이 돈을 받은 것과 똑같은 형사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처음 열린 공청회에서는 "(가족이 수수한 금품을 반환하지 않더라도) 신고하면 면책되는 게 맞다"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이에 김 의원이 즉각 "장난하느냐. 무슨 말이냐"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게다가 법안 심사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논란이 계속되자 이 위원장은 "입법 예고안을 만들 때는 내가 권익위원장이 아니었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 이 같은 권익위의 행태에 대해 김 의원은 "심히 유감인 정도가 아니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정말 중요한 부처인 권익위에서 이게 웬 일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기식 의원도 "도대체 국회에 와서 입법 심의를 하는데 조문 해석도 못 하느냐"면서 "어떻게 (법안) 검토를 이렇게 해 올 수 있냐"고 질타했다.

정치권은 김영란법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의식해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정안도 아닌 제정 법률안이 자칫 졸속 처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김용태 의원은 "(법안이) 완벽하게 완비가 돼서 온 줄 알았다. 그런데 각 조 하나하나가 논리적으로 다 부숴지고 보완이 안 된 게 사실"이라며 "최소한의 완결성을 갖고 왔어야 하는데,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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