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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현모양처' 신사임당 가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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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경훈 기자]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류 문인. 본관은 평산(平山). 아버지는 명화(命和)이며, 어머니는 용인이씨로 사온(思溫)의 딸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학자이며 경세가인 이이(李珥)의 어머니이다. 사임당은 당호이며, 그밖에 시임당(媤任堂)·임사재(妊思齋)라고도 하였다. 외가인 강릉 북평촌(北坪村)에서 태어나 자랐다. 외할아버지 사온이 어머니를 아들잡이로 여겨 출가 후에도 계속 친정에 머물러 살도록 하였으므로, 사임당도 외가에서 생활하면서 어머니에게 여범(女範)과 더불어 학문을 배워 부덕(婦德)과 교양을 갖춘 현부로 자라났다.

국어국문학자료사전에 등재돼 있는 신사임당에 대한 소개입니다. 자식들 훌륭하게 잘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잘 해서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후세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위인인데요. 그런 신사임당이 지난 2007년 5만원권 얼굴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면서부터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화폐 역사상 처음으로 지폐 인물에 여성이 등장했으니 여성계가 반길 일이었지만 일부에서는 현모양처라는 이미지에 가부장적 사고가 묻어 있고, 여성의 주체적 삶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반발하면서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9월부터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했지만 신사임당의 수난사는 그치지 않습니다. '5만원권을 찾으려면 마늘밭으로 가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일명 '마늘밭 사건'으로 또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되는데요. 불법 도박 사이트로 벌어들인 100억원을 몽땅 5만원권으로 마늘밭에 숨겨놓은 이 사건 말고도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운영권 비리사건, 여야 의원들에게 자금이 흘러들어간 '청목회 사건' 등 온갖 비리 사건에 어김없이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신사임당의 속앓이는 계속됩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에서 발행된 5만원권이 시중에 풀린뒤 한은 금고로 돌아오지 않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현모양처의 귀감인 신사임당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집 나갔다'는 얘기까지 들어야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한은의 전체 지폐발행 잔액 중 5만원권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66%로 압도적입니다. 5만원권이 첫 발행된 2009년 9월 이후 지난 4년간 발행액 규모는 35조원대로 무려 7억여장에 달합니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유통돼 은행 금고로 돌아오는 환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요.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48.0%로 뚝 떨어졌습니다. 갖가지 추론이 횡행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5만원권이 개인 등 민간경제에 잠겨 있거나 은밀히 돌아다닌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어보입니다.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이 자꾸 느는 건 주식·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고, 저금리로 현금보유의 기회비용이 높아진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면서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해 소득이나 지출을 감추려는 심리도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데요. 정책 목표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현실이 변명 한마디 할 수 없는 신사임당의 안타까운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씁쓸한 요즘입니다.






김경훈 기자 styxx@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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