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자료사전에 등재돼 있는 신사임당에 대한 소개입니다. 자식들 훌륭하게 잘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잘 해서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후세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위인인데요. 그런 신사임당이 지난 2007년 5만원권 얼굴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면서부터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9월부터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했지만 신사임당의 수난사는 그치지 않습니다. '5만원권을 찾으려면 마늘밭으로 가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일명 '마늘밭 사건'으로 또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되는데요. 불법 도박 사이트로 벌어들인 100억원을 몽땅 5만원권으로 마늘밭에 숨겨놓은 이 사건 말고도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운영권 비리사건, 여야 의원들에게 자금이 흘러들어간 '청목회 사건' 등 온갖 비리 사건에 어김없이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신사임당의 속앓이는 계속됩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에서 발행된 5만원권이 시중에 풀린뒤 한은 금고로 돌아오지 않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현모양처의 귀감인 신사임당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집 나갔다'는 얘기까지 들어야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이 자꾸 느는 건 주식·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고, 저금리로 현금보유의 기회비용이 높아진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면서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해 소득이나 지출을 감추려는 심리도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데요. 정책 목표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현실이 변명 한마디 할 수 없는 신사임당의 안타까운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씁쓸한 요즘입니다.
김경훈 기자 styxx@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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