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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19-①60세 이상만 근무하는 성남 카페…12인의 '일자리 찬가'

최종수정 2013.11.29 11:19 기사입력 2013.11.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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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시리즈(19)69세 男바리스타, 65세 女매니저…일하는 그들은 멋졌다

수련관·복지관서 정식으로 교육수료
대부분 자격증 갖춘 당당한 전문가
일주일에 이틀씩 순번 정해 근무
한달 월급 20만원 그래도 뿌듯함은 커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어린이도서관에 위치한 책마루 카페에서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주문받은 커피를 정성껏 만들고 있다. 어르신들이 만드신 커피는 조금 느리지만 깊은 맛이 난다.    백소아 기자 sharp2046@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어린이도서관에 위치한 책마루 카페에서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주문받은 커피를 정성껏 만들고 있다. 어르신들이 만드신 커피는 조금 느리지만 깊은 맛이 난다. 백소아 기자 sharp2046@


[아시아경제 김동선 부장,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그런데 할머니들은 다 어디 가신 걸까요? 이곳 파고다에서 할머니를 만나기란 참 힘든데요. 우리나라 인구 통계만 보더라도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보다 100만명 이상 많고 기대 수명도 길어서 할머니들이 훨씬 더 눈에 많이 보여야 하는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할머니들은 할 일이 많은가 봅니다. 애 봐달라는 딸내미 부탁을 매정하게 내치지도 못하고, 자식들이 다 출가했다 해도 집안 대소사를 관장해야 하니 늘 바쁘실테죠. 또 환갑은 예사고 일흔을 넘기고서도 식당이며 청소 등 일손을 놓지 않는 우리 어머니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점심때 식당 아주머니들에게 스스럼없이 '이모' '엄마'라 부르는지도 모릅니다.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는 단순히 경제적인 여유만 주는 게 아닙니다. '난 아직 쓸모 있다'는 자존감의 회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일하는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파고다공원이야 잘 알지만 가본 적은 없어. 지금껏 살면서 '답답하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 마음만 먹으면 나이 들어서도 바쁘게 살 수 있다구."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무일 할아버지(69)는 은퇴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파고다공원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할아버지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꼬박꼬박 나가는 곳이 따로 있다는데요. 지난달 성남시 중원어린이도서관 1층에 문을 연 '책마루' 카페가 바로 그곳입니다.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폼나는'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방문한 '책마루'는 휴일 나들이를 나온 가족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히끗히끗한 머리를 단정하게 옆으로 빗어 내린 이 할아버지는 흰색 셔츠에 앞치마를 두른 말끔한 차림이었습니다. 목에 두른 스카프가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네요. 할아버지는 차분하게 주문을 받고, 복잡해 보이는 커피 기계도 제법 능숙하게 다루시네요.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커피가 든 쟁반을 손님에게 전달하는 솜씨는 여느 대형 커피 전문점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흰머리 바리스타'가 되기 전에 할아버지는 인근 청소년 수련관에서 4개월 과정을 정식으로 밟았답니다.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걸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할아버지. "동네 복지관에서 배울 수 있는 수업이 100개가 넘더라고. 난 할멈(아내)이랑 같이 컴퓨터, 요리, 클래식 음악 수업 들었어." 카페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전거를 타며 젊은 사람 못지않게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네요. 일터에 가려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서 거뜬하다고.
책마루 카페에서 일하는 이무일(69) 할아버지가 손님에게 커피를 건내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sharp2036@

책마루 카페에서 일하는 이무일(69) 할아버지가 손님에게 커피를 건내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sharp2036@

 
이런 할아버지가 '선배님'으로 모시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책마루 카페의 강여실 매니저(65·여)인데요. 나이는 할아버지보다 어리지만 야무진 일처리를 보고 혀를 내두른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군요. 강 매니저는 11명의 직원을 관리하며 카페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를 포함해 이곳 카페 직원은 모두 60세가 넘은 어르신들. 머리가 하얗게 센 직원들이 자신을 '매니저님'이라고 높여 부르는 게 아직 쑥스럽고 어색하다네요. 이제 막 예순다섯, 법적으로도 할머니가 된 강 매니저는 이래 봬도 커피 경력이 햇수로 3년째랍니다. 자주 다니던 중원노인종합복지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해 이곳 '책마루' 카페의 매니저까지 된 것입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은 지난 7월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직원 모두가 함께 공부를 했는데 딱 1명이 떨어졌다는군요. 낙방한 할머니는 다음 달 재시험을 치를 예정이랍니다. "예전엔 몰랐던 커피 맛을 알게 되면서 바리스타가 되는 공부에 푹 빠졌었지. 젊었을 적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판검사도 됐을 거야." 강 매니저가 호호 웃습니다. 20대 중반에 결혼한 강 할머니는 줄곧 전업주부로 살다가 작은 뜨개질 가게를 운영한 게 사회경험의 전부랍니다.

강 매니저를 포함해 이 카페 근무자들은 순번을 정해 일주일에 이틀 정도씩 일을 하고 수익금을 나눠 갖습니다. 1인당 월급은 보통 20만원꼴이랍니다. 손에 쥐는 돈의 액수는 적지만 젊었을 적 돈을 벌 때보다 뿌듯함은 더 크답니다. 일 하면서 얻게 된 선물이 또 있는데요. 강 할머니는 "카페에서 일하면 다들 전보다 예쁘고 멋있어진다"고 살짝 귀띔합니다. 중학교 1학년인 손녀가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하고 다른 것 같아"라고 말한 걸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난다네요.

어린이도서관 안에 있는 '책마루' 카페의 손님들은 대부분 학부모와 아이들입니다. 가족 손님들에게 '흰머리 바리스타들'은 더욱 각별합니다. "용기 있고 멋져 보여요. 나도 나이를 먹어서 저런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데요. 나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자리가 더 늘어나지 않겠어요." 이날 자녀들과 책마루 카페에 들른 이나미(39·여)씨의 말입니다.
[그 섬, 파고다]19-①60세 이상만 근무하는 성남 카페…12인의 '일자리 찬가'

카페 '책마루'의 직원들처럼 노인들이 실버 카페를 직접 운영해 그 수익금으로 월급을 받는 형태를 정부에서는 '시장형' 노인 일자리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본격 추진돼 올해 10년째를 맞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공공 부문인 공익형, 복지형, 교육형 일자리와 민간 부문인 시장형, 인력 파견형 일자리 등 크게 다섯 갈래로 나뉜다는데요. 그런데 어찌됐건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부문보다 민간 부문에서의 건강한 일자리가 많아야 할텐데 위 사례와 같은 민간 일자리는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랍니다. 반대로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90% 이상이 공공 부문에 집중돼 있는 것입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12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익형 참여자가 전체의 61.6%로 절대 다수였으며, 복지형(19.2%)과 교육형(11.6%) 일자리가 그 다음이었습니다. 시장형과 인력 파견형은 각각 5.3%, 2.3%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나마 공익형 일자리의 대부분은 환경 관리(41.8%)였으며, 교통질서 계도(12.0%), 초등학교 급식지원(10.4%) 등이었습니다. 또 인력 파견형의 경우도 경비원(24.8%), 청소·미화원(15.1%) 중심으로 파견되고 있는 것이죠. 노인 일자리의 질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노인 개개인의 재능과 경험치를 살려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직종 개발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개선은 더딘 것이죠. 일하고 싶어도 환경 미화나 경비밖에 없다고 어르신들이 내뱉던 얘기가 헛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보다 25.7%포인트 높인 299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내년 노인 일자리를 약 3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또 전문기술 등을 가진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활동비를 지원하는 '재능활용형 일자리'를 신설해 일자리의 질도 함께 높인다는 방침인데요.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노인들에게 일자리 정보를 안내해주는 전용 콜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노인 일자리 참여를 통해 사회활동과 봉사로 고독감을 해소하고 소득 보충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책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어르신들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노인 고용 증가가 청년층 일자리 빼앗는다는 건 오해"
이정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사업운영국장

이정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사업운영국장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 개발과 보급을 맡고 있다. 곧 '고령사회복지진흥원'으로 확대·개편돼 노인 일자리 사업과 함께 노후 생애 설계 및 사회참여 활성화 등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전망이다. 이정희 사업운영국장에게 고령화사회의 일자리와 복지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인의 경력과 재능을 살리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대책은.

△공공 부문의 경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학교 CCTV모니터링 순찰과 어린이 보호활동,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활동이 있다. 또한 '시니어 직능클럽'을 통해 퇴직 후에도 경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코레일, 한국마사회 등 12개 기관에 설립됐다. 노인일자리 평가대회도 열어 지역 내 우수 사례 및 아이템을 발굴해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융복합 노인일자리'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노인 일자리를 결합해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와 농촌의 상생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사업이다. 현재 완주군 로컬푸드 사업과 부산동구 이바구길 특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전체 직원 중 70% 이상이 고령자로 구성하는 고령자 친화기업도 지역사회와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다.

-'노인 복지'라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기본 취지는 유지하되, 취업 노인의 급여 만족도를 지금보다 높이기 위한 방법은.

△취업 노인의 경제적 만족도를 높이려면 민간 부분과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간시장에서 자체적으로 고령 근로자 채용이 활성화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민간기업과 연계한 시니어 인턴십과 고령자 친화기업에 취직할 경우 평균 급여가 70만~100만원이다. 다만 공공형 일자리보다 근무 시간이 길고 노동 강도가 높다.

-민간 업체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은.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인식 개선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몇 해 전 한 대형마트와 '시니어 인턴'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어르신들이 성실히 일해준 덕분에 해당 기업에서 노인 1000여명을 추가 채용했다. CGV와 함께 한 '시니어 도움지기' 사업도 마찬가지다. 시니어 인턴을 채용한 후 서비스 품질이 향상돼 최근 시니어 도움지기를 전국적으로 확대 채용했다.

-'2012 노인 일자리 참여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직 시 겪는 고충이 '나이에 대한 편견과 차별(33.4%)’, '취업정보 부족(32.0%)’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영국은 고령자 근로 인식 전환을 위한 '에이지 포지티브(AGE POSITIVE) 캠페인'을 통해 고령자 채용 후 성공사례를 국민에게 알린다. 이처럼 고령 근로자 고용에 대한 인식전환이 정책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일자리 정보를 한눈에 보는 '100세누리(www.100senuri.go.kr)’를 운영하고 기능을 보강하고 있다. 내년까지 일자리 검색에서 연계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구인·구직 기능을 포함한 노인 사회참여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체계적인 이력관리 및 취업 연계를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된다.

-어르신들을 위한 고용이 늘어날 경우 청년층의 반발 혹은 현장에서의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노인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오해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노인 일자리는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문화재 해설사, 공동작업장, 어린이 안전지킴이처럼 청년층 일자리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국에서 중·고령층 고용률이 상승할수록 청년층 고용률이 높아졌다. 인구감소로 근로 인력이 매년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층의 근로 참여가 노동 인력을 충당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고령 근로자 증가는 이제 하나의 시대 흐름이다. '세대 갈등'보다는 '세대 화합'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 설계 등 노후를 미리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준비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생애주기에서 노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노년기의 삶이 개인의 삶의 질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노후준비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노후준비지표를 개발했고, 계속 보완하고 있다. '베이비 부머 종합정보포털(www.activebb.kr)’에서 대인관계, 건강, 재무, 여가 등 4대 영역의 지표를 바탕으로 노후설계프로그램을 사용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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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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