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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 대중의 욕구, 에로티시즘..'사진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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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브레송, 데이비드 라샤펠, 얀 샤우덱 등 거장들의 사진전 잇달아 열려

안젤리나 졸리_Lust Spring(2001)ⓒ David LaChapelle Fred Torres

안젤리나 졸리_Lust Spring(2001)ⓒ David LaChapelle Fred Tor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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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당신은 카메라로 무엇을 찍을 것인가? 식탁 앞에 차려진 음식, 여행지의 거리 풍경, 옆사람의 얼굴, 잘 차려입은 자신의 모습 등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결국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를지는 카메라를 든 자의 선택의 문제가 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일상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할 때마다 카메라를 들었다. 그의 카메라를 거치면 단조로운 일상도 생명력을 되찾았다. 이 과정에서 과장이나 강조 등 어떠한 인위적인 장치는 철저히 배격함은 물론이다. 데이비드 라샤펠은 그 반대다. 팝아티스트답게 그의 카메라는 화려한 색채감과 감각적인 장면을 좇는다. 한 눈에 시선을 매혹시키는 독창성때문에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인간의 가장 사적이고도 은밀한 모습을 사진에 담은 이는 얀 샤우덱이다. 로맨티시즘과 에로티시즘 사이를 넘나드는 그의 사진은 과감성과 솔직함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거금을 주고 산 내 DSLR 카메라가 집안 한쪽 서랍에만 처박혀 있다면 이들 거장들의 사진전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숨어있던 '셔터' 욕구가 살아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전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9월2일까지 휴관없이 열린다. 데이비드 라샤펠의 사진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9월16일까지, 얀 샤우덱의 전시회는 7월15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5,6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이들의 사진전을 볼 수 있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다.

◆ '사진 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展= 한 남자가 고여있는 물 위를 막 건너뛰는 찰나를 담은 사진 '생- 라자르 역 뒤에서(1932)'는 브레송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그의 대표작이다. 1930년대 동시대의 사진작가들이 정지돼있는 대상만을 찍은 반면, 브레송은 소형카메라인 라이카로 움직이는 대상을 신속하고 빠르게 촬영했다. 이후 그의 사진집 제목이기도 한 '결정적인 순간'이란 수식어가 일생동안 브레송을 따라다녔다.
생-라자르 역 뒤에서(1932)=ⓒ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

생-라자르 역 뒤에서(1932)=ⓒ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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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1932)=ⓒ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

브뤼셀(1932)=ⓒ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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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찍을 때도 그는 피사체에게 발견된 감정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했다. 연출이나 조작없이 인물이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셔터를 눌렀다. 요즘 말로 '일상이 화보'인 셈이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화가 앙리 마티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작가 사무엘 베케트 등 20세기의 예술가들이 그의 카메라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말간 얼굴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회는 브레송의 대표작 250여점과 더불어 그동안 출판된 사진집, 그가 아끼던 카메라, 직접 그린 풍경 데생 등이 동시에 공개된다. 가족사진과 편지 등을 통해서는 그의 일상도 엿볼 수 있다. 2003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시작으로 스페인, 일본 등 세계 각국을 순회하던 전시회가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 것으로, 브레송은 순회전이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되던 2004년 8월 사망했다. 브레송이 감수하고 승인한 마지막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세계적 팝아티스트 '데이비드 라샤펠' 한국특별전= 데이비드 라샤펠은 마이클 잭슨의 살아생전 사진을 찍었다. 그의 카메라 앞에서 팝의 황제는 대천자 미카엘로 변신한다. 우상을 향한 대중들의 비뚤어진 시선을 표현한 이 사진에서의 마이클 잭슨은 악마를 정복하고도 슬픈 표정의 모습이다. 세계적인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의 사진은 또 어떠한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를 패러디한 라샤펠의 사진에서 한쪽 가슴을 드러낸 나오미 캠벨은 냉소적이고 몽환적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유럽에 정복당한 아프리카를 상징한다.
Archangel Michael _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2009)ⓒ David LaChapelle Fred Torres Collaborations

Archangel Michael _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2009)ⓒ David LaChapelle Fred Torres Collabo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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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ape of Africa(2010)ⓒ David LaChapelle Fred Torres Collaborations

The Rape of Africa(2010)ⓒ David LaChapelle Fred Torres Collabo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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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데이비드 라샤펠은 보그, 베니티페어, GQ 등 패션잡지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안젤리나 졸리,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데이비드 베컴 등 세계 유명 인사들의 사진을 줄곧 찍었다. 그의 작품에서 스타들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 찍는 족족 화제가 됐다. 감각적이면서도 화려한 사진 이면에는 현대사회를 향한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 이후 작품영역을 넓혀 사진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라이브연극, 다큐멘터리 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을 넘나들며 진정한 '르네상스맨'으로서의 기질을 보여줬다.

라샤펠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무작정 포트폴리오를 들고 앤디 워홀을 찾아가 그에게 발탁된 일화는 유명하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12년까지 30년간 작업한 데이비드 라샤펠의 작품 2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그의 미공개 최신작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 '로맨티시즘과 에로티시즘 사이' 얀 샤우덱 사진展=체코 출신의 얀 샤우덱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처럼 존경을 받지도, 데이비드 라샤펠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못했다. 나치 치하에서 보낸 어두운 어린 시절만큼이나 그의 작품도 '포르노'라는 오해를 사며 오랜 기간 암흑의 시절을 보냈다.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그의 고민이 '누드' 사진이라는 형식으로 드러나자 외설 시비가 따라다니게 된 셈이다. 그러나 늘 논란의 한 중간에 있으면서도 그가 휴머니즘을 잃은 적은 한번도 없다.
The LIFE(1966)ⓒJan Saudek

The LIFE(1966)ⓒJan Saud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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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퇴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인간 육체에 대한 관심은 그가 1972년부터 5년 간격으로 그의 애인을 연속으로 찍은 3장의 사진('Ten years in the life of my Veronika')에서도 잘 드러난다. 매끈하고 잘 다듬어진 몸이 아닌 늙고, 뚱뚱하고, 한 눈에 보기에도 흉측한 인간의 육체를 얀 샤우덱은 가감없이, 때로는 심술부리듯 보여준다. 폭력성, 잔혹한 행위, 성 행위 등의 이미지로 평단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하지만 한 남성이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한 장의 사진('life')에서는 부성애와 에로티시즘을 함께 보여주기도 했다.

소설가 카프카, 음악가 스메타나와 함께 체코 문화예술계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얀 샤우덱은 연출 사진이 유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연출기법을 시도해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도 받고 있다. 홍순태 사진가는 "그의 사진은 경박하고 음탕해 보이며 많은 감상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반미학적 요소가 충만한데, 그것은 평범한 요소에 충격적인 시각을 부여하려는 의도때문"이며 "그가 전하고자 하는 사연은 사랑,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 육체, 죽음, 인간의 욕망 등 형이상학적 인간관계 전반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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