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이어 '대학가 갑질' 폭로도 충격…홍익대 응원단 ‘도 넘은 악습’ 폭로

7일 페이스북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의 악습을 폭로하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증거 자료로 멍든 무릎 등을 찍은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사진=페이스북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미투' 이어 '대학가 갑질' 폭로도 충격…홍익대 응원단 ‘도 넘은 악습’ 폭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대학가까지 확산된 가운데 서울 홍익대학교가 응원단 단원의 악·폐습 폭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대학 동아리 내 만연한 악습의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재학생은 물론 누리꾼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오전 3시께 페이스북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의 악습을 폭로하는 글이 게시됐다. 홍익대 응원단 수습단원으로 추정되는 학생이 작성한 글은 응원단 선배들로부터 당한 부조리한 일들을 총 28가지로 정리하고 증거사진까지 첨부했다. 이 글에 따르면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은 학번이 곧 나이였으며, 후배는 선배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철저한 기수제 계급사회였다.

특히 ‘선배’라는 호칭 대신 ‘언니·오빠’로만 부르게 했으며, 이 때문에 50세가 넘은 1기에게도 신입생들은 ‘언니·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야 했다. 한 재학생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수습단원에게 “언니라고 해봐”라며 놀리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습단원들은 선배들의 이름과 기수는 물론 맡고 있는 역할 등을 강제로 암기해야 했으며 시험까지 쳐야 했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강한 질타와 함께 재시험까지 이뤄졌는데, 선배들은 이 시험을 ‘친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응원단의 황당한 위계질서는 훈련과정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습단원들은 난방이 되지 않는 체육관 지하에서 반팔 혹은 긴팔 티셔츠 한 벌만 입은 채 수시간씩 연습을 했다. 연습 도중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했다. 또 작성자는 행사 참여를 위해 찾은 강원도 평창에서는 영하 18도의 맹추위 속에서 야외 기합을 받는가 하면 선배들 숙소에서 새벽 4시까지 폭언을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훈련 중 무릎에 멍이 들어 보호대를 착용하면 “무대에서는 보호대를 못 찬다”면서 “계속 멍이 들어야 익숙해진다”고 보호대 사용도 금지했다. 수습단원들의 부상이나 통증 호소에도 “나 때는 더 심했다”며 훈련을 정당화했다.

30~40대인 졸업생들로 구성된 응원단 OB 단원들도 이 같은 악습을 전통으로 여기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선배들은 기념일마다 생일주, 군대주, 정단원(수습을 끝내고 정식 단원이 됨)주라는 폭탄주에 쓰레기나 동전, 가래침 등을 넣어 강제로 마시게 했다. 술자리에 참석한 OB 단원들도 이를 지켜만 볼 뿐 제재 행위는 없었다.

수습단원들은 응원단 행사 때마다 200명 가까운 OB 단원들에게 참석 여부를 전화로 일일이 확인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도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응원단 아사달 00기 액션/밴드 000입니다’라는 정식 인사를 하지 않으면 욕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한 OB 단원은 정식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습단원들을 혼낼 때는 수습단원 한 명을 불러 바닥에 앉히고 여러 선배들이 한 명을 눈물을 흘릴 때까지 질책했다. 선배들은 무대 공연을 하고 싶어 하는 수습단원들에게 “무대에 절대 세워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협박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성자는 선배들의 악행을 견디다 못해 결국 응원단을 탈퇴했다면서 “썩어빠진 악습의 대물림 속에 물들어 우리의 간절한 기대를 악용한 당신들에게 묻는다”며 “나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권리는 기수의 우위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닌 존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 홍익대학교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면서 “사태 파악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