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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에 숨은 주식투자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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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국제경제팀장] 빠를수록 위험하다. 어릴 적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배운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만한 얘기다. 속도를 낼수록 위험한 것은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최첨단 기기 덕에 트레이딩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재치의 정수는 간결함'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간결함은 모바일의 정수다. 사람들이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에 내재된 양날의 검이 바로 이런 것이다. 어떤 투자자는 헬스클럽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는 스마트폰으로 보유한 종목과 관련한 뉴스를 검색한다. 그리고는 런닝머신 위에서 증권사의 앱을 열고 주문을 낸다. 빠르다. 거기다 쉽고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분초를 다투는 트레이딩에 깊이 있는 리서치가 설 자리는 없다. 충동적으로 베팅할 여지는 높아진다.

마이클 루이스가 월가의 실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저서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식은 과거 한 때 월스트리트의 캐시카우였다. 고액의 중개 수수료가 발생하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200주의 주문을 낼 때나 100주를 처리할 때나 업무량은 똑같았지만 브로커는 200주 주문을 받으면 정확히 두 배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런 형태의 수수료 관행은 증권맨들 사이에 '메이데이'로 불리는 1975년 5월1일 폐지됐다.

투자자는 수수료가 낮은 증권사를 골라 매매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1976년 월가의 수수료 수입이 600만달러 급감했다. 이때부터 수수료를 대폭 떨어뜨린 이른바 '디스카운트 브로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리고 모건 스탠리와 같은 전통적인 브로커리지는 인수합병(M&A)을 포함한 투자은행(IB)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혹자는 수수료 인하에 대단한 의미를 둔다. 주식 매매의 혁신과 함께 투자의 민주화를 이뤘다는 것. 이들의 주장처럼 당시의 업계 판도 변화는 개인 투자자의 승리로 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디스카운트 브로커는 수수료를 후려친 대신 거래량을 폭발적으로 늘려야 했다. 거래가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식 매매의 플랫폼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또 한 차례 수수료는 떨어지고 거래는 늘어나는 추세다. 기기와 브로커를 탓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술을 많이 팔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소주 회사에 알콜 중독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워런 버핏이 2004년 주주에게 보낸 서한은 가볍고 빠른 모바일 트레이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강세장이 수 십년 펼쳐져도 투자자가 그만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지나치게 빈번한 트레이딩을 일삼고, 때문에 상당한 거래 수수료를 부담한다. 깊이 있는 분석이 아닌 일시적인 유행에 의존해 투자 결정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고점에서 매입하고 저점에서 매도하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의 가장 큰 적은 흥분비용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황숙혜 국제경제팀장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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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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