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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지구에는 임대차보호법이 없다

최종수정 2018.08.27 13:42 기사입력 2018.03.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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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

김병민 과학저술가
"오늘 아침 출근길, 단단히 준비하셔야겠습니다. 서울 아침 기온 영하 17도를 가리키고 있고 한낮에도 영하권을…."

"빙하기가 왔나 봐!"

출근 준비로 날씨 뉴스를 듣다가 괜스레 겨울 투정을 부리며 봅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긴 것 같습니다.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계속되니 몸도 마음도 겨울을 낭만으로만 느끼며 지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삼한사온이 얼추 맞았던 것 같습니다. 며칠 동안 코끝이 따갑게 추운 날이 있다가도 포근한 날이 그 만큼 있었습니다. 이런 규칙을 가지고 소한, 대한, 그리고 입춘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이 자연 변화에 묶여 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알 수 있었지요. 요즘은 사람들이 13한2온을 말합니다. 실제로 강추위는 열흘 이상을 지속합니다. 익숙한 규칙과 균형이 무너진 느낌입니다. 24절기와 관계없이 그저 춥기만 한 날이 계속됩니다. 정말 빙하기가 온 것일까요? 그런데 연일 뉴스에서는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에 계절의 경계도 움직입니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긴 여름과 겨울, 그리고 된더위와 한파가 기승을 부립니다. 한국뿐만 아닌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 현상이 지구온난화 영향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지리적 위치 때문에 북쪽에서 밀려오는 찬 공기가 약해져 날이 포근해지면 어김없이 중국으로부터 서풍을 타고 황사뿐만 아니라 각종 대기오염 물질과 미세먼지가 들어옵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지목합니다. 이상 기후로 연료를 더 태우게 되고 오염된 대기는 다시 기후를 변화시킵니다. 언젠가부터 귀해진 '순수한 공기'가 그립습니다. 물고 물리는 끈을 어딘가에서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탄소 배출 제한과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서 해답을 찾으려 합니다.

갑자기 인류의 과학기술이 이토록 진보했는데 "좋은 공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화석연료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아예 이산화탄소를 없애지는 못하는 걸까요? 이 간단한 물질을 쉽게 분해할 수 있다면 인류가 마음껏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신선한 공기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인류는 수많은 물질 가운데 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게 됐을까요?
1770년대 초에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라는 영국의 화학자 겸 신학자도 이런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호흡하는 공기의 성분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좋은 공기를 만드는 데에 식물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지요. 그는 밀폐된 용기 안에 촛불과 식물을 넣고 식물이 초를 태울 수 있는 공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실험에 촛불 대신에 생쥐를 넣고 실험을 했지요. 그는 동물이 호흡하고 촛불이 타오르는데 필요한 무엇인가를 식물이 제공한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그 정체를 알 지 못했습니다. 이후에 프리스틀리는 산화수은을 가지고 비슷한 실험을 했으며 그래서 발견한 건 바로 '산소'였습니다. 프리스틀리의 실험 덕분에 얀 잉엔하우스(Jan Ingenhousz)라는 네덜란드의 의사 겸 생물학자, 화학자는 식물이 태양에너지와 물과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만들어 그것으로 자신의 몸체를 짓고, 그 부산물로 산소를 방출하는 화학 과정을 발견합니다. 두 기체가 식물과 동물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를 만듭니다. 이제 이산화탄소만 잘 처리하면 온실가스도 줄이고 맑은 공기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조지프 프리스틀리
이산화탄소는 탄소가 두 개의 산소와 만나는 연소반응으로 일상적인 표현은 타는 겁니다. 초기 인류는 목재로부터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숲으로부터 손쉽게 땔감을 얻은 겁니다. 그런데 15세기부터 지구에 소빙하기가 찾아오고 인류는 추위를 피하기 위한 목재가 더 필요했습니다. 부족해진 목재로 인해 인류가 대체 에너지를 찾은 것이 바로 화석연료인 석탄입니다. 그리고 석탄을 채굴하는 탄광에 차오르는 지하수를 빼내려고 만든 것이 증기기관입니다. 이 기관이 운송수단의 엔진이 되어 석탄을 지구 곳곳에 빠르게 퍼뜨립니다. 이때부터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지요. 목재에도 탄소가 있지만 순수하게 탄소로만 이루어진 화석연료와 비교할 정도의 밀도는 아닙니다. 화석연료가 내는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도 이를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 에너지가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는 이 에너지의 크기를 알기 전에 원소가 반응하며 에너지를 내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이 과학적 사실이 앞에 말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때문입니다.

두 원소가 반응해서 새로운 생성물을 만드는 밑바탕에는 여러 물리법칙이 있습니다. 그중 딱 한 가지만 이해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모든 물질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자 하나에도 에너지가 있습니다.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발적으로 변환합니다. 뜨거운 물이 식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모든 물질은 에너지가 낮은 쪽을 좋아합니다.

이제 가장 간단한 분자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바로 질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질소 분자 N2입니다. 우리 지구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기체입니다. 이제 질소 원자 두 개를 멀리 떨어뜨려 봅니다. 원자 두 개가 가진 전체 에너지는 원자 하나가 가진 에너지의 두 배가 됩니다. 1 더하기 1은 2니까요. 그런데 질소 원자 두 개를 가까이 가져가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원자가 떨어져 있을 때보다 전체 에너지가 약간 낮아집니다. 둘의 합이 2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로 떨어진 상태보다 점점 붙어 분자로 있는 것이 안정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과학자들이 가장 낮아진 에너지 차이를 측정했는데 이것이 분자의 결합에너지입니다. 이것은 외부에서 결합에너지만큼의 에너지를 가하면 질소 분자를 두 개의 질소 원자로 떼어낼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 결합에너지는 분자마다 다릅니다.

얀 잉엔하우스
질소는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는 기체입니다. 안정된 분자이기에 사람이 많이 호흡해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제 염소 분자 Cl2를 보겠습니다. 이 분자는 화학적으로 위험한 분자입니다. 염소는 반응성이 크고 다른 물질을 산화시키는 산화제로 살균이나 소독에 사용되고 전쟁에 살상용 무기로도 쓰입니다. 염소 분자의 결합에너지는 질소 분자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결합에너지가 크면 안정적이고 작으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질소 기체는 온실가스 역할을 하지 않지요.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질소(N2), 산소(O2)처럼 하나의 원소로 구성된 기체는 적외선을 잘 흡수하지 않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이산화탄소(CO2), 메탄(CH4)처럼 두 가지 이상의 원소가 결합한 분자는 적외선을 잘 흡수하여 대기의 기온을 높입니다.

이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보겠습니다. 이 분자는 결합에너지가 질소의 4분의 3쯤 됩니다. 분자 중에 평균 이상의 안정한 분자입니다. 이렇게 결합에너지가 높다는 것은 큰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이산화탄소를 다시 산소와 탄소로 분리하는 데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한 번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분리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분리하려면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다른 연료를 태워야 합니다. 최근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의 일환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하지요. 만약 이산화탄소의 결합에너지가 낮았다면 줄이는 게 아니라 분해하는 데 집중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에너지가 낮았다면 애초에 에너지를 얻는 연료로 사용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결국 모든 것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라는 겁니다. 정답은 나왔습니다.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친환경처럼 보이는 전기차도 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인류는 이산화탄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식물이 이산화탄소와 물에 태양에너지를 더해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 산소를 내놓고, 동물은 식물이 만든 영양분에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며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내놓습니다. 지구 위에 생명체가 생기면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지구 생태계에 에너지 흐름으로 들어왔고, 지구는 마치 생명체인 유기체처럼 움직입니다. 그런데 인류가 활동에 에너지를 사용하며 그 균형을 흩어 놓은 겁니다. 간혹 환경을 지키려는 글에 등장하는 '인류의 후손을 위해'는 오만한 말입니다. 지구는 인류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류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위의 모든 생명과 자연을 위해 그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거대한 지구 역사라는 건물에 잠시 세 들어 사는 사람이 집을 어지르고 소란을 피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구에는 인류를 보호할 임대차보호법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기후변화는 지구가 지구의 언어로 인류에게 임대 만료의 경고를 보내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김병민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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