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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중국식 실용주의와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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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흰 고양이나 검은 고양이 관계 없이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중국식(式) 경제 기조를 상징하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보면 '흑묘백묘론'은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싼 여러 장면들과 오버랩된다.

외교관계에서 흑묘백묘론을 떠올리게 된 것은 사드 갈등에 대한 중국의 태도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해법은 보복 일변도에서 유화책으로 크게 선회했다.
사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은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은 호시탐탐 핵실험 기회를 노리는 중이고 우리도 사드를 철회한다는 식의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태도 변화는 없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는 사실만이 변화라면 변화다.

이 한가지 사실을 계기로 중국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전화를 건데 이어 특사 영접을 위해 주한 중국대사가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미리 도착해 있었다. 그 전까지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대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중국이 한국에 대한 자유여행 제한 조치를 완화한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드갈등 국면이 이제 풀리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전망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달라진 중국의 호의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에는 뭔가 석연찮다.

흑묘백묘론의 취지는 실용주의이지만 그 이면의 핵심은 '어떻게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언제든 여건이 변하면 표정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해찬 특사의 중국 방문에서 우리는 어려운 숙제를 풀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측이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고 아주 진지하게 해법을 찾겠다"고 말해 무거운 짐을 떠안은 모양새가 됐다.

사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부터가 진짜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추진한 지난 정부와는 아예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새로 출범한 정부에 기대가 높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보복 수준은 오히려 그 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사드 무력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흑묘백묘론은 또 다른 모습을 할지 모른다.
지난 2월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과 문화상품을 규제하고 현지 한국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을 때 국내 전문가들은 "이건 제재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중국 산업을 흔드는 핵심 중간재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중국식 실용주의가 내세울 수 있는 제재 카드는 많다. 사드제재 완화 분위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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