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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5·3 민주항쟁의 도시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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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지금은 쉼터 공원으로 바뀌었지만 인천 남구 주안동 옛 시민회관 일대는 인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다. 5·3 인천항쟁이 이 곳에서 시작됐다. 1986년 5월 3일, 신민당 개헌추진위원회의 경기·인천지부 결성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인천시민회관 앞에서는 수만명의 노동자, 학생, 재야단체, 시민들이 경찰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야당인 신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운동이 전국적인 지지를 넓혀가고 있던 중에 신민당 총재가 좌익 학생운동 등 급진적 세력과 단절하겠다고 한 것이 분노를 사면서 격렬한 시위로 이어졌다. 이들은 타협적 보수 야당을 비판하며 군사독재 타도와 민주정부 수립, 민주헌법 쟁취를 외쳤다. 진압에 나선 경찰 병력이 73개 중대 1만여명에 달했고 시위자 중 129명이 구속됐다.
5·3 인천항쟁은 학생·노동·재야 운동이 정치 권력과 갈등하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의 커다란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그러고보니 인천은 노동운동의 역사를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일제 치하 인천항 주위에 성행하던 정미소에서 품을 팔던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다 일본인 공장주의 차별에 항거하며 파업을 벌인 때가 있었다. 또 부두 근로자들은 1935년 6월 총파업을 일으키면서 인천부두가 한때 한국노동운동의 메카로 떠오르기도 했다.

인하대에 재직했던 고 윤진호 교수는 계간 '황해문화(2014년 여름호)'의 특별기고에서 '개항기 인천항 부두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 최초의 노동조합이 인천항에서 설립됐고, 이 조합에 의해 1892년 이전에 이미 노동쟁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조합은 1898년 함경남도 성진에서 부두노동자 47명에 의해 설립된 성진부두노조다. 또 한국 최초의 근대적 노사분쟁도 같은 해 목표에서 발생한 부두노동자들의 쟁의로 기록돼왔다. 이 문제는 여전히 학계와 노동계의 연구가 필요해 보이지만 그만큼 인천이 한국노동운동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듯 인천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를 가진 도시임에도 정작 지역내에서 이를 조명하고 계승·발전시키는 작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천의 각종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수집해 보관하고 5·3항쟁 등과 관련한 기념사업을 해오던 민주화운동센터의 경우 논란 끝에 한시적 운영 조례에 따라 올해 말 문을 닫는다.

최근 범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돼 인천에 민주화운동기념관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부산·대구·광주·마산 등 이미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도시에 비해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지역사회서 공론화 장이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인천 5·3 항쟁을 4·19혁명, 부마항쟁처럼 '민주화 운동'으로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개정 운동도 펼칠 것이라고 하니 무엇보다 시민 공감대를 넓히는 분위기 조성부터 시작할 때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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