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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서울형 미세먼지 대책'이 한국에 던진 질문

최종수정 2018.01.23 09:55 기사입력 2018.01.23 09:55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류가 언제까지 오늘과 같은 허영과 사치를 누릴 수 있을까? 개개인의 소비 수준이 몇백년 전의 '왕족'들보다 낫다. 그러나 자원은 한정돼 있고, 갈수록 환경이 파괴되면서 각종 오염 문제는 심각하다. 바다에 거대한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는 언젠가 인류가 처리해야 할 가장 큰 골치덩어리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온 게 '지속 가능한 번영'이다. 가능한 한 자원을 아끼고 절약하며, 공해가 없고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인류의 이같은 번영을 조금이나마 더 지속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고 멀리 화성 탐사도 가는 현생 인류의 보편적 목표다. 멀리 후손들을 내다 보더라도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ㆍ자원을 보전해 주려면 그 방법 밖에 없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해 먹고 살 수 있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지켜보면 암울하다. 한국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십중팔구 '그렇다'고 답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 조치의 일환으로 실시된 대중교통 무료화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교통량이 거의 줄지 않은 게 대표적 사례다. 미세먼지로 인해 2010년 기준 한 해 1만7000여명이 조기 사망한다. 건강한 사람은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해악이 크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이나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2025년께는 1년에 5만명이 넘게 조기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사람들은 이를 잘 안다. 환경단체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고농도 미세먼지시 차량 2부제에 동참하겠냐"는 질문에 72%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은 99%의 불참으로 나타났다. 사전의 충분한 준비나 홍보없이 갑작스럽게 시행한 측면을 감안해도 참가율이 너무 낮았다. 모두들 미세먼지 경보에 따른 차량 2부제를 무시하고 자가용을 몰고 나왔다. 그러면서 "몰랐다", "불편한 걸 어쩌냐", "중국발이 대부분이라던데", "공무원들도 안 지키더라"는 등의 변명을 늘어 놓는다.

갈수록 강해지는 이기주의가 엿보인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다. 조금의 불편을 겪더라도, 개인의 최소한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게 '지속 가능한 번영'이라는 점에서 한국인들의 이번 대응은 빵점이다. 뿐만 아니라 가상통화 논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최저임금 시행 등에서도 눈 앞의 이익만 볼 줄 아는 이들과 정치적 이유로 이를 부추기는 세력들로 인해 혼미스러운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촛불 집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부가 들어섰고 적폐 청산 등 변화가 시작됐지만, 겉모습일 뿐이다.
각 개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개혁과 혁신도 요원하다. 지속 가능한 삶의 유지를 위해, 사람들은 지금보다도 더 공공성을 고민하며 공동체적인 삶에 익숙해 져야 한다. 그럼에도 '나 만 아니면 돼'라는 개그맨의 유머가 모든 사람들의 일상적 좌우명이 된 지 오래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정신적 성장 단계를 '낙타', '사자',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주체 의식없이 노예처럼 주어진 의무만 묵묵히 수행하는 낙타, 자아를 깨닫고 스스로 의지를 갖는 사자, 일을 즐기며 창의적으로 해내는 어린아이. 한국인의 정신적 단계는 지금 그 어디 쯤 와 있을까? 뿌옇게 낀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한 세상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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