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애플의 성장동력이었던 혁신은 멈춰선지 오래다. 과거 HP, 삼성전자, 팜(Palm) 등 수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것은 생태계 조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앱스토어 이후 애플의 행보는 철저하게 아이폰의 성공을 이어가는데 그치고 있다. 혁신은 멈춘지 오래다. 앱스토어와 같은 또 다른 디지털 생태계의 확장 대신 화면 해상도를 높이고 카메라 화소수를 높이는데 열중했다. 최근 애플의 실적은 영업 강화에 따른 결과에 가깝다. 중국 시장에 아이폰을 판매하며 수년간 성장해왔고 화면 크기를 키워 트렌드를 쫓아가며 새로운 사용층을 흡수한 것이 전부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평하는 스마트폰 '아이폰'에 대한 자만,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하며 시작된 오만이 애플을 멈춰서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때 나타난 것이 빌 게이츠다. 빌 게이츠는 디지털리서치의 OS를 거의 그대로 베낀 MS-DOS를 만들어 IBM과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MS-DOS는 OS 시장을 독점해 현재까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자신 외에는 OS 개발을 못할 것이라는 자만이 과거 세계 최초 OS를 만들고 승승장구하던 디지털리서치를 역사속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1980년대 전 세계 PC에서 워드프로세서로 널리 사용되던 '워드퍼펙트' 역시 비슷한 경우다. MS-DOS에서 구동되는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했던 이 회사는 10년이 넘게 시장을 독점했던 회사다.
1990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쉘(명령어를 직접 입력) 방식 OS였던 MS-DOS에서 벗어나 그래픽 환경 OS인 '윈도'를 내 놓았다. 당시 MS는 워드퍼펙트사에 윈도용 워드프로세서 개발을 요청했지만 이 회사는 윈도용 개발시기를 늦췄다. MS-DOS의 성공이 자신들이 만든 워드프로세서 때문이었다는 오만 때문이었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격으로 MS가 직접 워드프로세서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를 만들게 됐다. 이 회사는 1993년 노벨에 헐값에 인수됐고 노벨은 다시 워드퍼펙트를 코렐사에 당초 샀던 가격의 20%만 받고 팔아 넘겼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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