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시대'. 이 말이 지금은 식상하지만 286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30년 전에는 과학혁명을 이끄는 일부 과학자들의 '예언급'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10년뒤인 1990년대엔 노트북이 인기상품이 됐고, 휴대전화가 급속히 대중화됐다. 정보통신혁명이 예언을 마법처럼 순식간에 눈앞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와 같이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업들의 등장과 발전도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됐기에 가능했다. 우버나 에어비엔비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도 생겨났다.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새 기업들은 백년의 역사, 수십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굴뚝 기업들을 단박에 앞지르고 있다.
인간의 창조 행위는 생활방식과 의사소통방식을 바꿨다. 바뀐 생활은 새로운 사고의 기반이 됐고, 그 기반은 다시 창조를 가속화시켜 새로운 순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의 우리는 화상이나 이메일, 메신저서비스를 이용해 일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로 소통한다. 정치의 세계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혁명도 이러한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요즘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SNS)에 목을 멘다. 의원실에선 유권자들에 국회의원의 이미지를 좋게하고, 의정활동을 홍보할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그들의 홍보와 편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자폭탄'을 보낸 발신자들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정한 소통 방식과 선(線)을 넘었다는 게 이유다.
소통은 쌍방향이다. 하고 싶은 말만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문자폭탄'은 지나친 면은 있지만, 유권자들의 의사표현이기도 하다. 많은 유권자들 역시 선거 때마다 악수하자 다가오는 손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잡아줬다. 유권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고소는 아무래도 너무 나간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국회의원들도 앞으로 무작위로 전송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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