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시절 박원순 시장의 밑창 떨어진 구두를 두고도 '연출'이라는 말이 나왔다. '허니문' 덕이었는지, 높은 지지율의 덕을 본 것인지 청각장애인이 만든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에 대해서는 그나마 독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구두를 오래 신으려고 뒷굽에 징을 박아 신었다는 창업자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낡은 구두 세 켤레. 대한민국 경제 신화의 주인공의 근검절약 정신이 오늘날 글로벌 기업의 근간이 됐다.창업자의 그것에 의심 없이 환호했다면, 이념과 성향이 다르더라도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존중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청문회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불편한 대목이 군데 군데 눈에 띈다. 의혹 제기가 목적인지, 능력 검증 차원인지 구분도 쉽지 않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오는 7일부터 열린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사형 판결과 당시 군부에 협력한 후 상훈을 받은 게 논란이 되고 있다. 37년 전 사건이 법관으로서의 양심적 판결이었는지, 군사정권 하에서 지식인의 부역이었는지는 논란거리다.
어떤 이는 순탄한 길을 마다하고 노동ㆍ인권변호사로 자연이 준 선물(좋은 머리)을 바쳤을 것이다. 2012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김 후보자는 5.18 당시 본인의 판결에 대해 "제 마음 속의 큰 짐이었다"고 했다. 역사 앞에 고해성사를 한 셈이다.
이틀 후면 현재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역사의 5ㆍ18 당시를 따져묻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목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치참여를 거부하는 데에 대한 벌 중의 하나는 당신보다 저급한 자들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청문회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2400여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 생각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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