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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김상조와 김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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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낡은 가방이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그의 '다 떨어진 거적때기 같은 가방'을 두고 "좌파들의 서민 코스프레다",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말해준다"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과거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시절 박원순 시장의 밑창 떨어진 구두를 두고도 '연출'이라는 말이 나왔다. '허니문' 덕이었는지, 높은 지지율의 덕을 본 것인지 청각장애인이 만든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에 대해서는 그나마 독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범(凡)현대를 일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0년 된 낡은 구두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정 회장이 생전에 신던 낡은 구두는 서울아산병원 아산기념전시실(정주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구두를 오래 신으려고 뒷굽에 징을 박아 신었다는 창업자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낡은 구두 세 켤레. 대한민국 경제 신화의 주인공의 근검절약 정신이 오늘날 글로벌 기업의 근간이 됐다.창업자의 그것에 의심 없이 환호했다면, 이념과 성향이 다르더라도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존중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청문회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불편한 대목이 군데 군데 눈에 띈다. 의혹 제기가 목적인지, 능력 검증 차원인지 구분도 쉽지 않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오는 7일부터 열린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사형 판결과 당시 군부에 협력한 후 상훈을 받은 게 논란이 되고 있다. 37년 전 사건이 법관으로서의 양심적 판결이었는지, 군사정권 하에서 지식인의 부역이었는지는 논란거리다.
당시 판ㆍ검사 중에 법복ㆍ검사복을 벗어 던졌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지식인들이 신념과 양심, 출세와 안위의 갈림길에 섰을테고, 둘 중의 한 길을 선택하거나 강요당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순탄한 길을 마다하고 노동ㆍ인권변호사로 자연이 준 선물(좋은 머리)을 바쳤을 것이다. 2012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김 후보자는 5.18 당시 본인의 판결에 대해 "제 마음 속의 큰 짐이었다"고 했다. 역사 앞에 고해성사를 한 셈이다.

이틀 후면 현재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역사의 5ㆍ18 당시를 따져묻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목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치참여를 거부하는 데에 대한 벌 중의 하나는 당신보다 저급한 자들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청문회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2400여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 생각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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