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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남산 상춘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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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남산 소월길에 다시 상춘객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화려한 저지에 헬맷과 고글을 착용하고 허리를 깊숙이 숙인 채 열심히 페달을 밟는 자전거족들이다. 누구보다 얼어붙은 남산이 빨리 녹기를 기다린 이들. 찬 공기가 어느덧 시원해졌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소월길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기온이 오를수록 더 많은 바퀴가 더 빨리 구를 것이다.

거치대가 없으면 가만히 서 있지도 못 하는 자전거가 이동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자전거는 사람이 페달을 밟아줌으로써 서 있을 수 있다. 옆으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페달을 통해 전달받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전거를 앞으로 밀어냄으로써 시원한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자전거와 사람이 한 몸이 되는듯한 이 느낌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느낄 수 없는 쾌감이다.
김훈은 에세이집 '자전거 여행' 프롤로그에서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면서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라고 했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껌 사러 강원도 간다'고 농을 친다고 한다. 껌을 사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강원도를 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기름값이 아까워서다. 자전거이기에 가능한 여유로움이다.

마흔에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를 구매해 타고 다니면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하나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스위스 대표팀으로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에 출전한 미샤 가서(27)라는 선수가 부모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가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난해 3월 자전거를 타고 스위스를 출발해 20개국을 지나 평창에 도착, 올림픽에 출전한 아들을 만났다.
내근을 할 때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 큰 낙이었다. 소월길을 따라 남산도서관을 끼고 돈 후 충무로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따라 페달을 밟으며 내려오는 속도감이 짜릿했다. 외근 부서로 옮긴 후에는 이전만큼 많이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다시 봄을 맞으니 올해는 자전거를 좀 많이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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