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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두번 눈물 흘리는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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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요즘 정치권을 보면 '불평등'이라는 화두가 주로 경제학에 국한된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발전과 불평등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며 '격차'에 대한 경제학계의 관심에 불을 붙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절대빈곤 규모는 줄었지만 불평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디턴 교수가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봤다면 아마 자신의 주장이 정치판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할 지 모른다. 발전을 거듭했지만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후보간 불평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이 불과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비후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현역의원과 예비후보의 격차,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 예비후보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역구를 누비는 무명의 예비후보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전선을 최소 2개라고 표현한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게 첫 번째 전선이라면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뚫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전선이라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이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는 것까지 합치면 예비후보가 싸워야 하는 전선은 3개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예비후보를 위협하는 전선이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평평한 운동장에서 뛰는 것도 힘든데, 심지어 기울어지기까지 했으니 현역 의원보다 2~3배 더 버겁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활동은 기득권의 핵심이다. 그만큼 예비후보의 지탄을 가장 많이 받는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용 명함은 지역구 유권자의 10% 범위 내에서만 돌릴 수 있고 지하철역처럼 공간이 폐쇄된 지역에서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현역의원 의정보고서는 언제 어디서나 나눠줄 수 있다. 크기나 내용 구성도 거의 제한이 없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외부에서 명함을 돌리는 예비후보는 따뜻한(?) 지하철역에서 사실상 명함과 다를 게 없는 의정보고서를 나눠주는 현역 국회의원이 부러우면서도 야속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선 승부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당원명부 정보 접근, 선거자금 모금 상한선 차별도 예비후보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이다.

현역 의원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거나 오히려 "선거판이 만만찮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며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 정도 상황이면 과연 선거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역의원들의 관심이 기득권 지키기에 쏠린다면 유권자가 시야에 들어올 리 없다. 오히려 기득권을 유지하려면 정치에 신경을 써야 하고, 결국 제도를 좌우하는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이 3개월 넘게 공천룰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한 것도 결국 각자 유리한 방법에만 골몰한 결과다.

새해가 시작되니 여야는 어김없이 '새로운 정치' '민생에 희망이 되는 정치'를 외쳤다. 기득권 놓기를 그 첫걸음으로 할 수는 없을까.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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