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의 부침과 정권 성향에 따라 궤를 같이했다. 첫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한 김대중 정부에서는 시작 2년여 만에 총 다섯 차례의 상봉 행사가 성사됐으며 2차에 걸친 이산가족 생사ㆍ주소 확인과 한 차례의 서신 교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단 두 차례에 그쳤으며 박근혜정부에서는 지난해 2월 설을 계기로 열린 게 고작이다.
지금까지 19차례 열린 이산가족 상봉을 숫자로만 따지자면 이른바 진보정권에서는 16회의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됐고 보수정권에서는 3회에 그쳤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을 방해하는 천안함 폭침사건 등 북한의 도발을 포함해 여러 정치ㆍ군사적 변수가 작용했다.
'남북 이산가족 생사 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은 이산가족을 이산의 사유와 경위를 불문하고 현재 군사분계선 이남과 이북지역으로 흩어져 있는 8촌 이내의 친인척 및 배우자 또는 배우자였던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전쟁 피난민과 함께 국군포로, 납북자 및 월북자, 억류자, 탈북민 등이 모두 이산가족이다.
따라서 이 정의를 적용하면 이산가족의 규모는 최대 71만6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통일부 이산가족 통합정보시스템에 신청을 한 사람은 약 13만명이며 이 중 생존자는 현재 약 6만60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중 70세 이상이 전체의 82%에 달하고 80세 이상이 54%를 차지하고 있다. 쏜살같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많은 이산가족들이 늙고 유명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한중일 3국의 세계유산 등재 경쟁의 논란을 떠나 이 기록물은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역사에 새길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오는 20일부터 남북 각 100명 규모로 계획됐던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직계가족의 사망과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당초 계획에 못 미치는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규모로 진행된다면 고령자와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향후 이산가족 상봉 규모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가 시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남북 모두 조건없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남측은 정권의 성향과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고 북측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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