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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로스쿨 '진짜 위기'는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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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변시)' 성적 비공개 법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변호사시험법 제18조(시험정보의 비공개) 입법목적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과다경쟁 및 서열화를 방지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는 이유다. 헌재는 이런 입법목적 정당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변시에 합격한 이들의 능력을 평가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오히려 대학 서열화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법조인 양성을 둘러싼 법조계 논쟁의 중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변호사단체와 로스쿨 측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하고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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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는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회 토론회를 놓고 "특정 이익단체·집단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백해무익한 반개혁적 행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시 존치는 로스쿨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로스쿨이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사법시험 폐지 시기가 다가올수록 논란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사방이 적이다.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거듭되면서 여론도 로스쿨에 호의적이지 않다. 로스쿨에 대한 비판을 놓고 낙인효과를 노린 과도한 지적이라는 평가도 없지는 않다.

여론이 개선되지 않으면 로스쿨이 원하는 방향의 정부 지원이나 제도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로스쿨을 위기 상황으로 내모는 원인은 외부의 '삐딱한 시선'일까. 진짜 위기의 원인은 로스쿨 내부에 있다. 로스쿨은 애초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양성을 위해 출범했다. 하지만 특성화 교육은 이미 길을 잃고 있다.

로스쿨 학생의 지상과제는 이미 변시 합격에 쏠려 있다. 법무부는 4월10일 제4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2561명 중 61.1%인 1565명이 합격했다고 발표했다. 변시 합격률은 지난해 67.6%에서 다시 떨어졌다.

올해 응시자 중 996명이 불합격했다. 로스쿨만 입학하면 손쉽게 변호사가 될 것이란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변시 합격률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로 30%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로스쿨 준비과정과 시간, 등록금 등 투입된 비용을 고려할 때 변시 불합격은 '악몽'일 수밖에 없다.

변시 합격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학생들이 기업금융, 생명공학 등 특성화 교육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을까. 게다가 변시 성적이 공개되면서 높은 점수로 합격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변시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방법은 무엇일까. 헌법·민법·형법 등 변시 주요과목 위주로 학습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미 로스쿨 특성화 교육 과목은 폐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거면 로스쿨을 왜 만들었는지 되물음이 나오게 된다.

로스쿨은 지금까지 신입생 선발의 공정성·투명성을 인정받았는지, 특성화 교육을 알차게 실천했는지 겸허한 마음으로 '복기(復棋)'해야 한다. 뼈저린 반성과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로스쿨은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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