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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아르헨티나가 알려준 통일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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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월드컵 열기에 가려 있기는 하지만 요즘 아르헨티나 경제는 백척간두에 서있다. 2001~2002년 약 1000억달러의 부채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한 후 채무조정을 거부했던 채권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내놓으라며 진행한 소송에서 패한 때문이다.

주로 헤지펀드인 이들 채권자들은 '악덕 채권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국제경제의 빈 곳을 정확히 찾아 아르헨티나를 공격했고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다른 채권자들은 탕감해줬던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물어줘야 할 상황이다.
이미 채무상환 기한인 지난달 30일이 지난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아르헨티나 정부는 뒤늦게 국제사회에 지원을 촉구하며 사태 해결을 모색 중이다. 채권미상환 후 유예기간 30일이 지나면 최종 디폴트 처리되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아르헨티나가 채권자들과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디폴트 국가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공격한 헤지펀드들처럼 부도난 국채를 찾아 싼 값에 사들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취재하며 한국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부도 채권에 북한의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1970년대 경제발전이 둔화되자 서방 세계로부터 차관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 일이지만 서방 은행들은 당시 북한에 선뜻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오일 쇼크 발발 이후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북한은 원금은 물론 이자 지급도 어려워졌다. 결국 1987년 서방 채권단은 북한을 채무불이행 국가로 공식화했다.

당시 디폴트 처리된 북한 채권은 어떻게 됐을까. 놀랍게도 금융공학의 힘을 빌어 구조화돼 지금도 여전히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 관련 구조화 채권 가격이 지난 몇 년간 1달러당 10~60센트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국제사회 복귀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부도 채권 값이 하락하고 반대의 경우 상승한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사태 이후 북한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 국가의 부도 채권이 계속 거래되는 것은 국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젠가는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 채권은 다른 국가에 비해 더 안전한 상품이라 볼 수 있다. 언젠가 북한이 국제사회에 복귀해도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고 남북 통일이 이뤄져도 역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수 시점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투자에 따른 위험은 제한되면서 대박을 낼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아르헨티나의 예로 볼 때 투자자들이 한국의 사정을 봐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들과 상대해 논리적으로 싸우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 투자자들을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통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해놓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어차피 내야 할 통일 비용이라면 아르헨티나처럼 뒤통수를 맞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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