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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증시 떠나는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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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주말 11년전 한 인터넷 매체가 게재한 소설 ‘토지’ 작가 박경리 선생(2008년 작고)의 인터뷰 기사를 검색해 다시 읽어봤습니다.

“희망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현실이 너무 비참하지 않아요? 꼭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라는 박 선생은 “현실이 지나치게 희망으로 과장돼 있어요. 또 거기에는 선동적 요소도 있구요. 그래서 실체를 보라는 말이죠. 땅바닥에 내려와 두 발을 딛고 실상을 보라는 말이죠. 거기서 가능성을 찾아야지”라고 강조했습니다. 희망에 앞서 “절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2년 8월, 최근 개미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동안 떠났던 개미들이 복귀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소식을 접하는 순간 박 선생의 인터뷰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통계 자료를 활용해 수치를 만들어 봤습니다. 올 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된 날짜는 총 157일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한 량이 매수한 날보다 더 많았던, 주식 순매도가 있었던 날은 코스피가 81일, 코스닥 87일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열린 155일의 거래일 동안 나타났던 코스피 71일, 코스닥 79일보다 많습니다. 올 1∼3월 기간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모두 올라 이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많았기 때문에 전년 동기 대비 순매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시장이 상승 추세가 아닌 상황에서 매도가 매수를 능가하는 일수가 많다는 좋지 않은 신호, 즉 투자자들이 빨리 주식을 털고 빠져나가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8월 들어 주식거래가 이뤄진 12일 동안 주식 매도가 매수보다 많았던 날은 코스피의 경우 11일, 코스닥은 7일이었습니다. 이 기간 일평균 주식 거래량은 코스피가 3억4955만주, 코스닥은 4억8390만주로 올 들어 최저치까지 떨어진 점과 결부시켜보면 시장에 복귀한 개인 투자자들, 즉 전업·대형투자자를 제외한 개미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기 위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미 투자자들이 이번 매도를 통해 “당분간 안녕”이라고 외치는 것 같아 더 불안하다고 전합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불량 딱지’가 붙은 대출자가 80만명에 달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매도세는 생계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에서 비롯됐다는 것인데 실탄을 다 써버린 개미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 다시 돌아오기는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기자가 지난 주말 만난 한 개인 투자자도 손해를 각오한 채 수억원의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고 합니다. ‘희망이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뭘 해도 안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제 개인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희망으로 과장된 현실을 벗어나 서서히 절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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