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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통독에 흐르는 옛 동독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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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교훈을 담은 동독의 흔적 간직하는 통일 독일의 성숙함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올해로 독일이 통일을 맞은 지 20년이 흘렀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실제 통일이 이뤄진 해는 199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다’고 하고 사실상 서독의 우월적 체제 등을 기반으로 한 통일이었기 때문에 옛 동독의 흔적은 20년이면 잊혀질 만도 하다.
그러나 통일 독일에 아직도 동독의 영혼은 흐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트라반트’, 일명 ‘트라비’로 불리는 옛 동독의 국민차다.

이 차는 플라스틱과 면, 나무 등으로 만든 2기통 엔진의 차로 최대 속력이 시속 60마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차를 사기 위해서는 12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상품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당연히 독일 통일 후 생산은 중단됐다. 그러나 지금도 베를린 중심에는 바로 ‘트라비’의 모형이 서있고 이를 실제 몰아보는 관광상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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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비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생산자가 접는 사람 한 명, 풀칠하는 사람 한 명 등 단 2명에 불과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최악의 옛 동독의 자동차지만 아직도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한복판에 서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 향수라고만 하기에는 왠지 조급한 판단인 것 같다.

독일인들은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인해 교회 거의 반쪽이 파괴된 카이저-빌헬름교회를 복원치 않고 참상 그대로 남겨뒀다. 전쟁의 참혹함과 폐해를 후세에 널리 전하고자 하기 위한 것이다.

600만 유대인의 학살을 한 독일은 베를린 한복판에 추모공원을 만들어도 놨다.

독일인들이 트라비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역설적으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는지 모른다.

트라비 외에 동독의 영혼은 흔히 볼 수 있는 횡단보도 신호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동독에서는 모자를 쓴 모양의 행인이 두 손을 벌린 채 서 있는 빨간불이 횡단보도 ‘정지’ 신호다. 이 표시는 유럽연합(EU)의 표준에도 맞지 않아 통일 후 대대적인 교체작업이 이뤄질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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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독 주민들은 신호교체를 거부했고 통일독일은 교통학자들로 하여금 실제 효과를 조사해 본 결과 옛 동독의 이 신호가 훨씬 보행자들에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독일은 현재 신호기 교체가 있을 때면 바로 옛 동독의 바로 이 신호를 횡단보도에 설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라는 검문소, 국내에선 ‘벽박물관’이라고 소개된 곳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서독진영으로 탈출하려다 적발돼 무고히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과 그 때의 상황 등을 취재한 기록이 남겨져 있는 곳이다.

독일이 통일된지 20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프고, 때로는 분단의 교훈을 담고 있는 옛 동독의 영혼을 담은 장소와 차와 신호가 남아있다.

통일세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한국사회. 과연 우리는 ‘돈’을 걷기 전에 독일과 같은 성숙된 통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지금 독일 베를린은 세계 최대규모의 가전전시회 IFA 공식개막 하루를 앞두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이며 최다 신제품과 최다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IFA를 찾아 오는 방문객들이 가전 신제품만 머리에 담는 것이 아니라 옛 동독의 영혼을 담은 통일 20년 독일의 진정한 단면도 가슴에 담아갈 것이다.



베를린(독일)=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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