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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돌팔매 각오하고 쓰는 '선물환'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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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사람들은 남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은 강한 감정, 특히 증오나 공격 등의 감정을 가지면 그것을 감추려고 오히려 이와는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무척이나 싫어하고 혐오하는 인물 앞에서 오히려 예의 바르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죠.
이를 심리학 용어로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고 한다는데요.

최근 금융시장을 보면 이런 심리학 용어는 금융거래에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혐오하고 증오하면 바로 표출을 해버리니 반동 형성이라는 심리현장이 발현될 기회조차 없어 보입니다.

6일 역외펀드 선물환거래를 놓고 금융계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일부 언론으로부터 금융감독원이 선물환을 역외펀드에 끼워팔도록 주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금감원은 전산시스템 미비로 역외펀드 가입시 불가피하게 환헤지를 못하는 고객이 없도록 전산을 구축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뿐 ‘끼워팔기’를 주문한 적은 없다고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선물환을 사실상 끼워팔기 상품으로 거론하기는 일면 부적절한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어쨋든 선물환의 거래절차는 복잡하지만 원리는 단순합니다.

선물환 매도의 경우 특정시점에 자신이 원·달러 환율을 정해진 가격에 매매할 수 있도록 미리 달러를 시장에 팔아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환율이 1000원입니다. 그런데 1년 후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면 자신은 현 시점에 자신이 원하는 금액(달러)을 1000원에 미리 시장에 팔아 놓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1년 후 그 달러를 1000원에 사겠다는 약속이 동반됩니다.

1년 후 정말로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선물환매도를 한 사람은 달러당 900원에 달러를 사서 갚고 팔아놓은 만큼 달러를 다시 사면 됩니다. 미리 팔아놓은 달러(1000원)과 비교해보면 1달러당 1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겠죠.

반대로, 환율이 1100원이 됐다면 달러당 100원을 손해 봐야 합니다.

이 거래의 대전제는 환율변동의 위험성을 줄이자는 것으로 조선사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조선사들이 수억달러에 달하기도 하는 대규모 수주 후에, 수년 후 들어 올 잔금에 대해 선물환매도를 해놨다는 것이 바로 이같이 환율변동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역외펀드가 한창 인기를 모았던 2008년 환헤지를 해야 한다며 많은 은행들도, 적지 않은 투자자들도 선물환거래를 했습니다.

물론 역외펀드에는 환헤지가 포함된 상품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원칙적'으로 고객들이 선물환거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한때 원·달러 환율은 1600원까지 치솟았다)로 오르면서 역외펀드에 수천만원을 투자한 사람이 펀드손실에 선물환 손실까지 겹쳐 깡통계좌를 찼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금융사가 고객과 선물환계약을 체결하면서 '불완전판매'를 했느냐입니다. 또 펀드 가입자의 동의없이 선물환계약이 연장됐는지 여부 등도 주요 쟁점입니다.

지난해 9월 나온 법원의 판결도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역외펀드에 가입했다 손실을 임은 김모씨 가족이 펀드를 판매한 A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환차손의 60%인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설명의무나 고객보호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금융위기라는 예측치 못했던 사안이 참작됐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반대로 생각할까요?

만약 2008년 초반처럼 원.달러 환율이 대체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았고 실제 환율이 떨어졌다면, 그리고 고객들이 이득을 봤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엔화대출피해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년전 초저금리로 엔화대출을 받은 이들이 금리인상과 엔화가치 상승으로 손실을 보자 한국은행에도, 금감원에도 민원과 시위가 꽤나 많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판단에 의해 엔화대출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은행의 이자율이나 환율예측, 위험성 고지 등의 의무 이행 여부는 따져봐야겠지요.

그렇다고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사안을 따지면서도 한편으로 ‘국민정서법’상에 기대 전반적인 책임을 은행책임으로, 그리고 금융당국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개인적으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도 금융당국도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며 이런 평지풍파를 토대로 투자관행에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정부의 예측능력도 리스크 관리시스템도 호전되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재테크를 유행따라, 바람따라 철저한 상품분석없이 피 같은 돈을 투자하는 일도 줄어들것으로 확신합니다.

사회심리학자 레온만이 야구장 같은 곳에서 입장권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에서 표를 살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어봤을 때 간신히 가능성이 있을 만한 사람은 ‘안 될 것 같다’라고 대답한 반면 이 보다 훨씬 뒤에 선 사람들은 ‘문제없다’라는 신념에 가까운 도박성 환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재테크 바람이 불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행렬의 맨 뒤에 서서 '따라가면 대박'이라는 환상을 가진 투자자들이 줄어들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이 고객에 철저한 상품설명과 고지를 이행하고 고객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없이 유행따라 가입하는 실수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정보가 빠르다는 기자인 저도 개인적으로 그런 환상속에 박봉으로 모은 목돈을 수업료로 날린 기억이 있으니 그런 간절함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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