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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판사님, 이것이 ‘정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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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 판사는 ‘Judge’라고 불린다. 학자들에 따르면 ‘judge’라는 단어는 ‘정의’를 의미하는 ‘jus’와 ‘말하다’라는 뜻을 가진 ‘dge’의 합성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영어에서 판사는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심지어 영미권 국가들에서는 대법관을 일컬어 ‘Justice’, 즉 ‘정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판사라면 대법관은 '정의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서구에서 판사가 존경받고 사법부가 존중받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근대 법률학에서 판사의 역할에 대해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정의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법을 만드는 것이 입법부의 역할이라면 그 법을 해석해 일상생활 속에서 무엇이 법인지를 밝혀주고 선언하는 것이 판사와 사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판사에 대한 서구인들의 이런 인식은 동양에서도 비슷한 점이 발견된다. 당장 ‘판사(判事)’라는 단어만 해도 그렇다. ‘자르다’ ‘가르다’ ‘구별하다’라는 뜻을 가진 ‘판(判)’에, 사건이나 일을 의미하는 ‘事’를 합쳐서 생긴 것이 ‘판사’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치를 따져서 이것과 저것을 나누고 명쾌하게 판단해 주는 것이 바로 동양인이 생각하는 판사의 역할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동양과 서양, 법률학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이것이 누구의 것인지, 어떤 것이 올바른 것 인지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것을 판사의 기본임무라고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8년 6월의 대한민국은 ‘재판거래·판사사찰’ 의혹으로 시끄럽다. 전직 대법원장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대가로 정권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려 했다는 의혹이다. 국민들의 충격도 충격이지만 수장으로 모셨던 분의 추악한 뒷모습을 보게 된 판사들의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형사조치를 포함한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쩐 된 영문인지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상규명을 하라고 하면서 고발은 하지 말라니... 정의는 고사하고 도무지 뭘 어쩌라는 것인지 앞·뒤 내용을 구분할 수 없는 결정이다.

동·서양은 물론 그 어떤 법리로도 이해가 어렵다. 지금까지 이런 판사들에게 우리의 재판을 맡겼다니, 또 앞으로 계속 맡겨야 한다니 한편 암담하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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