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국민이 다시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잠시 나마 잊고 있었던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이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약소국의 비애를 얘기했고, 일부 수구보수주의자들은 안보외교의 총체적 무능이라고 비난하기 바빴다.
이튿날(25일) 오전 김계관 외무성 1부상은 이전과는 달라진 태도로 대화 재개 담화를 밝혔다. 같은 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으며 다음 달 12일 만날 수도 있다"며 회담 재개를 시사하는 반응을 보였다. 회담 취소를 통보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전격적인 반전이었다.
지난 주말(2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깜짝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계산된 듯 트럼프 대통령은 "6월12일 싱가포르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그것은 바뀌지 않았고 아주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며 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북한의 달라진 태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바꿨는지, 문 대통령의 중재가 빛을 발휘한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개발업자로 잔뼈가 굵은 트럼프의 계산된 거래 기술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북ㆍ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고, 6ㆍ25 전쟁 이후 대한민국 역사의 대반전을 일으킬 '세기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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