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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기업문화 개선, 누구는 '무늬만 혁신'이라 부른다

최종수정 2018.05.15 16:18 기사입력 2018.05.15 13:13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부장, 과장, 대리를 '~님'으로 바꿔 부르고 퇴근 시간에 선배들은 눈치를 보고 후배들은 칼퇴근 하는 시대다. 단합대회라며 산으로, 들로, 강으로 현수막 들고 야유회를 떠나던 풍경도 사라졌다. 세대간 인식 격차는 어느덧 메울수 없는 깊은 골을 만들고 있다. "회사 일인데.."라는 회사 고참들과 "왜 내 개인 시간을 회사에..."라는 젊은 직원들의 인식차이는 세대 차이를 넘어 사내 갈등으로 이어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한국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호칭변화, 자율출퇴근제, 야근 줄이기 등 사내 문화 개선 캠페인에 대해 직장인 10명중 6명(59.8%)가 "일부 변화는 있지만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부정적인 응답을 내 놓았다. 나머지 대답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10명중 2명(28%)은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개선이 됐다"는 응답은 12.2%에 그쳐 88%의 직장인들이 전혀 달라진 점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주관적 평가는 더 신랄하다. 겉모습만 바꾸고 속내는 변하지 않은 상사들을 의미하는 '청바지 입은 꼰대'를 비롯해 '비효율', '무늬만 혁신', '보여주기' 등은 현 세대 직장인들이 회사와 상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비춰준다. 이같은 냉소는 전적으로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제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다.

많은 기업들이 휴가 제도 혁신, 사내 문화 혁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몇몇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면 이를 곧 반영한다. 여름철 1주일간의 휴가를 가기 위해 눈치를 봤던 시절을 지나 2주, 3주간의 휴가를 즐기도록 제도화 해 놓은 기업들도 많다. 문제는 여전히 이를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기업 문화 개선 활동은 대중적 처방에 치우쳐 있는데 이를 시행하는 관리자급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없다 보니 오히려 조직원들의 피로와 냉소만 자아낸다.
삼성전자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워크스마트 캠페인과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했다. 획일적인 근무 공간을 탈피하고 임직원 개개인이 출퇴근 시간을 본인 상황에 맞춰 결정하도록 했다. 원격, 재택 근무도 필요하면 허용한다. 지난 2014년에 시행된 이 제도는 시행 초기에는 관리자급의 부정적 반응과 직원들의 냉소가 연일 이어졌다.

이후 삼성전자는 만들어 놓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리자들을 끊임없이 재교육했다. 제도 시행 후 생긴 문제점들은 거의 매 분기 수정되며 4년이 지난 현재 완전히 삼성전자의 근로 문화로 자리잡았다. 변화를 거부한 일부 관리자들은 스스로의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회사에 남아있을 수 없게 만든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흔히 경영을 놓고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기업 내부는 더 빠르고 급격하게 살아 움직이고 매일같이 변화해간다. 스스로를 반추하고 세대에 맞춰 사고해야 하는 이유다. 애써 청바지를 입었지만 정장에 넥타이를 맨 사고로는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세대 격차를 먼저 걱정할 것이 아니라 왜 변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때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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