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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아파트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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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아파트 단지가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차 없는 단지'를 표방한 다산신도시 내 상당수의 신축 아파트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으면서 갈등이 생겼다.

입주민들은 안전 확보와 쾌적한 단지 환경 조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았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정ㆍ후문 주차장이나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배송하라고 안내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ㆍ후문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카트로 여러 차례 물건을 끌어야 해 타산이 안 맞고, 차량과 출입구 높이 탓에 지하주차장은 차로 이용할 수 없다. 택배 기사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고 생계다.
입주민들도 문제 여지를 모를 리 없었을 게다. 그러나 집단의 이기주의는 상식이 무엇인지, 배려가 무엇인지를 잊게 한 것 같았다. 더욱 공분을 산 건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안내문구가 주는 뻔뻔함과 이중성이었다. 아파트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품격과 가치를 바닥에 내팽개친 것이다.

놀라운 건 다산신도시 택배 갑질 보도 이후 일부 입주민들의 반응이다. '입주 초기라 생각이 짧았다'거나 '협의를 통해 서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특정 택배회사가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등 질타와 보복성 발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단지의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불편과 고생 따위에는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고 가르치는 셈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갑질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경비원들을 전원 해고시켜 유명세를 탔다. 이 단지는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발레파킹을 강요해 논란을 빚었던 곳이다. 입주민들의 상습적인 갑질과 폭언, 폭행은 너무나 비일비재하게 벌어져 이젠 뉴스거리도 못 된다. 경비원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아버지다. '갑질'하는 그들도 어디에선가는 '을'일 수 있다. 각박함을 넘어 오싹함마저 느껴진다.
다산신도시의 택배 갑질이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 사이 전북 전주의 한 신축 아파트 주민이 택배 기사를 위한 무료 카페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30대 부부는 아파트를 드나드는 택배 기사와 청소용역 직원, 경비원 등이 커피나 녹차를 직접 타 마실 수 있도록 1층 복도에 준비하고, 친절하게 안내문까지 붙였다. 일부 주민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곧 최고의 품격과 가치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는 모방의 귀재다.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의 본보기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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