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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괴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최종수정 2017.12.12 10:56 기사입력 2017.12.12 10:56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세균 중에 '버티기 세균'(bacterial persister)이라는 게 있다. 번식을 좋아하는 일반 세균과 달리 번식을 거의하지 않고 버티는 별종들이다. 강력한 항생제가 투여되더라도 번식을 하지 않는 버티기 세균들은 죽지 않는다. 그 덕에 세균 집단은 멸종을 면할 수 있다. 다양성이 생존 경쟁력의 필수 요건임을 말해주는 자연계의 한 사례다.

인간으로 치면 '괴짜'들이다. 학창 시절 한 반에 한 두명 쯤 있었던 그 괴짜들 말이다. 괴짜들은 한 분야에 빠지면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두하는 집중력을 보여준다. 편안함과 일상에의 안주를 거부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고집한다. 남들과 다른 취향, 튀는 재능을 갖추고 있다. 세간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굳센 자존심에 '예절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는 식의 뻣뻣한 태도도 공통점이다.

주로 예술ㆍ과학ㆍ문학 등의 분야에서 이런 사람들이 발견된다. 곧잘 '천재'로 거듭나 새로운 조류나 학설을 창시하는 등 세상을 발칵 뒤집곤 한다. 요즘에는 사회의 모든 인재ㆍ역량ㆍ자원이 총 집결하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괴짜들이 대접받는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세계적 대기업들의 경영진들 중엔 모범생보다 '괴짜' 출신들이 더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이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래리 페이지ㆍ 세르게이 브린,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등은 소문난 괴짜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대표적인 괴짜였다. 넘치는 열정과 집중력, 집요한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런 괴짜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사회의 혁신ㆍ성장 잠재력이 높다. 외부에서 닥쳐 온 위기에 강하다. 항생제에도 버티기 세균 덕에 살아남는 박테리아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는 어떤가? '명문대 졸업에 높은 어학점수, 각종 사회 경험 등 고스펙을 갖춘 '평범한' 인재들은 넘쳐난다. 반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괴짜들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 스펙은 뛰어나도 '일머리'가 있는 인재들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예전보다 훨씬 심각해진 취업난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워낙 취업하기 힘들다 보니, '먹고 살기 위해' 개성을 고집하기 보다는 일찌감치 기성세대나 기업들이 요구하는 틀에 스스로 맞추려고 한다. '남들과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경향 탓도 있다. 조금만 튀어도 왕따를 당한다. 우리 사회의 생존과 도약에 큰 장애 요소들이다.
괴짜가 사라진 사회는 급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해 버린 공룡 꼴이 되기 십상이다. 우선 청년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물론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겪는 어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ㆍ대학기숙사 제공 등과 같은 지원 정책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청년 시절의 풍부한 독서와 토론, 다양한 여행ㆍ인생 경험이 괴짜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획일함을 강요하지 않고 나와 다른 것을 존중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ㆍ문화 전환도 필요하다. 2500년전 쯤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以不同)이지만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별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적절한 충고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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