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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어서와 한국, 지진은 처음이지?

최종수정 2017.11.20 11:28 기사입력 2017.11.20 11:28

20일 오전 포항시 북구 장성초등학교에서 지진 피해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한국 사회에서 지진은 그동안 실체가 없는 유령같은 존재였지만, 이제부터는 달라 질 것이다."

지난해 9월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직후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한 간부 공무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지진은 공포스러운 재난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름 뿐'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이후 400여년 만에 최대로 강하다는 경주 지진이 나고서야 달라졌다. 한국 사람들은 그동안 언론들이 경고해 온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 지대가 아니다'라는 말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솔직히 경주 지진때만 해도 "어쩌다 한 번 이겠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지난해 5월 울산ㆍ9월 경주 지진을 겪은 후 그해 12월 지진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천 여부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늘 예산 편성 과정에서 우선 순위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1년여 만인 지난 15일 포항에서 또 다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비록 아직 사망자는 없지만 80여명이 중ㆍ경상을 입었다. 주로 낙하물에 의한 피해였다. 주택 5100여채가 부서지고 학교 230여곳이 파손돼 사상 최초로 수능 시험이 연기되는 등 파문이 크다.

포항 지역 주민들은 20일 오전 현재까지 58차례의 땅 흔들림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지질 일부가 물에 섞이면서 진동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액상화 현상까지 발견됐다. 강한 여진이 발생할 경우 포항 흥해읍 지역 일대에 더 큰 피해가 닥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정말 한국 사회에서의 지진이 '유령'이 아닌 실체가 있는 공포로 다가선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지진에 대해 '무대책'이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그렇다.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이 40%대다, 학교 시설물은 그나마 23%에 불과하다, 소방서ㆍ병원 등 긴급 시설물들도 내진 설계가 안 돼 있다 등등 그동안 수많은 지적이 있어왔다. 지진에 대비한 국민들의 행동 매뉴얼조차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에야 정비되기 시작했다. 대피소도 사실상 '동네 운동장'으로 나가라는 것 외에는 없다. 72시간 생존 가능하도록 꼼꼼히 준비하라는 일본의 매뉴얼과는 차이가 컸다.

또 건축업계의 부실 시공ㆍ설계 문제도 심각하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 현장 사진 중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진 중 하나는 필로티 형태로 지어진 빌라의 부서진 기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필라티 구조라는 기본적 한계 외에도 부실 설계ㆍ시공의 흔적이 역력했다.

건축업계엔 오랫동안 '허가방'이라는 암적인 존재가 자리잡아 왔다. 정밀한 구조 안전 계산도 없이 설계도만 복사하듯 찍어내고, 법과 제도의 한계를 교묘히 피해 건축허가를 받아 주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퇴직공무원이 건축사 자격증을 빌려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허가방'들은 뇌물ㆍ비리의 온상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안전과 난개발 등 악영향이 크다.

지진은 이처럼 '기초 토대'가 부실한 한국 사회를 뿌리 채 흔들어놨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명확하다. 내 집, 내 건물 설계ㆍ시공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정부도 일이 터지면 거액의 예산이 대책을 나열하고, 곧 유야무야 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의 존재 이유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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