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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방송장악' 그 달콤한 유혹

최종수정 2017.09.05 11:38 기사입력 2017.09.05 11:38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북한이 지난 3일 낮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온 나라가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가 둘로 쪼개져 싸우고 있는 지점은 '방송장악 음모'다.

돌이켜보면 역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가장 먼저 쟁점이 됐던 것도 '방송장악'이었다. 방송, 그중에서도 여론 형성 기능이 큰 공영 방송 사장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를 놓고 여야는 극한 대립까지 치닫곤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를 줄 알았으나 기자의 착각이었나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번 개정안대로 시행되면)최선은 물론 차선의 사람도 (공영방송)사장이 안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시절 제안했던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 162명은 지난해 7월 발의한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등 4개 방송관계법 개정안은 '특별다수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여야 7대6의 구성으로 바꾸고 사장을 선출할 때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선임할 수 없도록 제어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 법안은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순탄할 것만 같았던 이 법안은 문 대통령의 '재검토' 발언 이후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자유한국당에 국회 보이콧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됐다. 지난해 함께 개정안을 마련했던 국민의당조차도 "이런 시도는 명분도 없고 박근혜 따라하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당 시절 정부 여당의 '방송장악' 음모를 그렇게 비판했던 문 대통령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권 초기 국론을 통일시키고 힘있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의 협조가 절실할 것이다. 한시바삐 공영방송의 경영진을 바꿔 과거 정부에서 당했던 억울함을 풀고도 싶을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정권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문 대통령이 그렇게 비판했던 '적폐 세력'과 다를 바 없다.

'정권의 방송 장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방송 독립을 위해서는 야당 시절의 절실했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야 3당이 합의했던 방송관계법 개정안보다 더 훌륭한 대안을 찾으려다 또 몇년간을 허송세월하게 된다. 몇 해 전 한 언론학자가 들려준 얘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제대로 된 공영방송은 제도못지 않게 성숙한 시민의식에 달려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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