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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돈과 명예,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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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기업이, 총수가 굳이 존경받아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몇 년 전 한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였다. 몇 마디 덕담이 오고가던 차에 기자는 "○○그룹도 이젠 한국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
언론계 출신인 이 그룹의 간부는 "기업은 좋은 제품을 잘 만들어 성장하면 그만이다"라면서 마뜩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순 실망과 함께 몰려드는 생각은 이 회사의 경영진, 아니 오너도 기자들을 상대하는 최전선의 간부가 이런 생각과 태도를 갖고 일하고 있는 걸 알고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굳이 숨기지 않는 오만함은 그가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그 기업의 철학과 문화가 투영한 결과일까.

이 회사는 그 간부를 스카우트하면서 제법 많은 연봉을 지급했을 것이고, 그 간부 또한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해 입사한 이 그룹의 명함에 만족했을 터다.
직원 십만 명이 넘는 기업의 오너, 경영진이 직원들의 속까지 알 턱이 없다. 경영자의 철학이 부지불식간에 직원들에게 투명된 것일 수도 있을 테고.

이 그룹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연거푸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글로벌 기업의 자리도 공고히 다졌다. 그러나 기업경영과 별개로 끊임없이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오너도 경영진도 고초를 겪었다.

제품과 기술력이 탁월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서, 오너와 경영진의 도덕성이 뛰어나서 등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길은 여러 가지다. 우선순위가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를 두루 갖춰 신망 받는 경영자, 존경받는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존경이 몇몇 선행으로 얻어지는 건 아닐 게다. 경영자의 철학과 그 회사가 만들어내는 제품의 진심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법을 준수하며 근로자들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신뢰의 결과일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 더 이상 의심이 들지 않을 때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주식 투자로 대박을 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위법ㆍ불법 주식 투자 논란으로 지난 주 후보자에서 사퇴했다. 해명은 억울하다는 것이었지만 석연찮은 구석은 많았다.

돈을 벌면서 명예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더구나 권력은 항상 돈과 명예로 가는 지름길을 안내해 왔다는 게 그동안의 학습효과다.

다행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보는 눈이 많아졌다. 그 눈을 쉽게 가리기도 어려워졌다. '매의 눈'이 우리를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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