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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文대통령에 고맙다는 강남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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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옥죄고 때릴수록 강남은 좋아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 한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부동산 투자모임에 나타난 '스타강사' A씨가 털어놓은 얘기다. 그는 지난해 5월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매달 내놓는 부동산 정책으로 강남권 재건축 희소성이 더 부각돼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 집값을 두고 '변태'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본래의 형태가 변해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탈바꿈으로 순화'의 개념이 아닌 '상대에게 가학당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는 마조히스트식'의 접근이다.
경악스러운 표현이지만 그가 덧붙이는 설명을 들어보면 일정 부분 수긍이 되는 점도 없지 않다. 현재 강남 집값은 '상승에 따른 규제 발표→반짝 주춤→추가 상승'의 악순환을 반복하며 노무현 정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과만 본다면 분명 지난 9개월간 강남 집값은 조일수록, 맞을수록 더 올랐다. 이는 집값 안정화 대책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강남 집값을 단순히 '투기'로 한정해 판단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었다.

실제 지난해 6ㆍ19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8ㆍ2대책, 9ㆍ5추가 대책 등 총 7번의 투기 억제 대책을 내놨지만 강남엔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심지어 정부가 대책 발표 당시 '그래도 잡히지 않으면 또 다른 규제를 내놓겠다'며 으름장도 놓았지만 강남의 방어선은 굳건했다.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1월 넷째 주(22일 기준) 동향만 봐도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은 0.38% 오르며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강남구의 주간가격은 전주 대비 0.93% 오르며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가 강남 집값 잡기에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전주(0.75%)보다 상승폭은 더 컸다. 민간 통계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재건축 맞춤 규제라며 내놓은 대책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넷째주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폭은 1%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14억원선에 거래되던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106㎡의 경우 이달들어 기어이 18억원에 올라섰고 은마 94㎡ 집 주인도 9개월만에 4억원을 챙겼다. 지금의 상승세라면 정부가 엄포한 최대 8억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도 문제없을 듯하다.
A씨의 말을 빌리면 소나기식 규제에도 강남 재건축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일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일관되게 '집을 거주의 개념으로 바꾸겠다'며 내놓은 규제 폭격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없이 버틴 게 강남 집주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남 재건축 일주일새 1억원 상승'기사에 열폭하는 일반 서민들이 강남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터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각종 규제를 동원해 옥죄느라 공급책이 늦어져 집값도 놓치고 표도 잃은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을 잡아 주면 피자를 쏘겠다"는 농담을 할 상황이 아니다. 사사건건 규제로 되받아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원리를 인정하는 예방식 대책과 실질적인 주택공급 등의 중장기적인 시계가 필요하다. 전일(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상용근로자 5인이상 사업체의 전체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27만8000원. 이들 중 18억원짜리 재건축을 사려는 사람들은 45년간을 숨만 쉬고 저축만 해야 하는 세상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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