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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저임금, 읍소와 情만으로 해결될까

최종수정 2018.01.16 15:01 기사입력 2018.01.16 11:20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최저임금 여파가 경제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소득을 늘려 저소득층을 구제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것은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다.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에 아르바이트생을 자르고, 중소기업은 야간근무를 줄여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한편 무인화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현실화시키겠다는 공약 때문에 올해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린 영향이다.

대표 노인 일자리인 경비원직도 직격타를 맞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해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경비원에게 경비 이외의 업무를 지시할 수 없도록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의 영향까지 겹치며, 경비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의 한 아파트가 경비원들을 일시 해고하고 용역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인천 서구의 진주2단지아파트를 방문해 모범사례를 청취하고 주민들을 격려한 것은 이런 부정적인 흐름을 조금이라도 돌려 보기 위함일 것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한 경비 절감을 위해 지난해 10월 통합경비 시스템 도입과 경비인력 감축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주민투표에서 "그동안 정(情)이 많이 들었다"며 인력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주민들은 해고나 휴게시간 확대 등의 편법조차 쓰지 않고,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과 관리비 인상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삭막한 도시의 아파트촌 속에서도 여전히 '이웃사촌'간의 정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미담 사례다.

김 부총리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감사하며 "이런 모범사례가 확산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온 국민이 이뤄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그의 소박한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담은 그것이 특수하고, 좀처럼 잘 일어나지 않는 사례이기에 미담인 것이다. 전국의 모든 아파트 주민들이 정부 의도대로 인상된 최저임금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었다면 굳이 김 부총리가 이곳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진주2단지아파트 주민들마저도 한 때 통합경비 시스템 도입·경비인력 감축을 추진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무인화와 인력감축이야말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장의 반응임을 알 수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5일 서울 세종마을 음식거리를 찾았을 때도 상인들에게 "직원 해고를 하지 말아달라"며 읍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솔직한 상인들의 반응은 "(장사가) 어렵고, 손님이 없다", "전체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이웃간의 정과 읍소에 기대야만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미래는 안 봐도 뻔하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른 뒤에도, 과연 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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