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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일반 국민의 삶이 빠진 세종시

최종수정 2017.05.10 11:03 기사입력 2017.05.10 11:03

[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요즘 시골 생활은 어때?"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듣는 말이다. 세종시에 와서 생활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제 좀 익숙해졌어'라고 답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이외의 곳을 모두 시골 취급하는 서울 시민들에게야 시골로 보일 수 있겠지만, 세종시는 신도시 중에서도 꽤 개발이 잘 된 축에 속한다.

 

좁지만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에 녹지공간도 풍부하고, 잘 구비된 커뮤니티센터가 있다. 나는 어린 자녀를 둔 다른 기자들에게도 세종시 근무를 추천한다. 젊은 기자들이 아이를 키우며 살기엔 제격인 곳이다. 저녁 10시를 넘으면 사람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에도 좋다. 미세먼지도 서울보다는 적은 편이다.
이제 이 시골 생활에 익숙해졌다. 오히려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위화감이 들 지경이다. 서울은 복잡하고 시끄럽지만, 세종시는 조용하고 안온하다. 경쟁도 덜 치열하다. 머리가 아파지면 집 앞 작은 공원 한 바퀴를 산책하고 오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런 세종시의 조용함을 사랑하면서도 가끔 뭔가가 빠진 듯한 허전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여유를 순수한 여유로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도시 생활에 너무 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세종시에는 서울이나 수도권 혹은 다른 대도시들도 갖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빈곤'이다. 서울에서는 거리를 지나다니기만 해도 폐지를 줍는 노인이나 구걸을 하는 걸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루동안 폐지를 주워 몇 천원씩 벌이를 하는 노인들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세종시에서는 단 한 번도 빈곤한 사람들을 목격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심각하다는 청년실업의 현실 역시 세종에서는 목격하기 힘들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경제력 있는 젊은 공무원들이나 그들의 가족, 혹은 건설 노동자들이다. 집값 상승을 노리고 대전 등 주변 지역에서 이주해온 이들도 있다. 일자리 문제 때문에 출산율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세종시는 출산율이 상승 중이다.

세종시가 '섬'이라는 농담은 하루 이틀 듣는 것이 아니지만,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 행정기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무원들임을 생각하면 그저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행정은 그 어떤 기능보다도 국민들의 삶에 밀착해 있어야 한다. 세종시가 공무원들만의 섬이 된다면 현실과 행정과의 괴리도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의 말만 듣고 몇 차례의 세미나와 공청회를 거쳐 '책상머리 정책'을 내놓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세종시 투표율은 80.7%로 전국 2위다. 젊은 공무원들이 많은데다 대통령이 되면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완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덕이다. 세종시 시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무원들이 생각하기에도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 완성된 상태는 아니란 뜻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관습적 수도'인 서울에 위치하며 현재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는 한,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완성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벌써부터 청와대 집무실과 국회 분원 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 모두의 행정을 책임지는 도시가 정작 국민들의 평균적 생활과 유리되어 공감하지 못하는 상태에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새 정부에서는 세종시가 더 이상 섬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과의 실질적 소통의 창구를 늘리는 건 어떨까. 잘 쓰지도 않는 화상회의같은 방식이 아닌, 좀 더 현실적인 생활밀착형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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