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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연기금의 ETF 직접매매가 반가운 이유

최종수정 2017.02.02 10:56 기사입력 2017.02.02 10:55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그동안 쌓아올린 바벨탑이 무너진거죠. 신(시장수익률)에 대한 인간(펀드매니저)의 완패입니다."

 

최근 일부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이 운용사를 통하지 않고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매매하는 추세라는 소식을 접하고 한 패시브펀드 매니저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액티브펀드의 수익률(-3.7%)이 인덱스펀드(7.52%)는 고사하고 코스피 상승률(3.32%)에도 못 미치자 바야흐로 '패시브의 시대'라며 목소리를 높였었다.

 

비기독교인인 기자로서는 바벨탑의 비유가 다소 와 닿진 않았으나 어쨌든 큰손들이 잇따라 대표적 패시브펀드인 ETF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그의 말대로인 듯 싶다. 더욱이 액티브와 패시브 중 누가 자산운용업계의 발전을 이끌 것인지는 논외로 하고 이제 걸음마 단계인 국내 ETF 시장의 성장을 위해 이들의 적극적 참여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내 ETF 시장은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미국엔 1700여개 종목과 300여개 섹터의 ETF가 상장돼 있다. 순자산은 약 2470조원 규모로 전세계의 70%가 넘는다. 반면 한국은 258개 종목에 불과하며 지난해 말 처음으로 코스닥 섹터지수가 상장된 정도다. 코스피ㆍ코스닥 시가총액이 1500조원인데 ETF 순자산은 고작 1.6%(25조원) 수준이다.

 

시장에서 ETF를 활용하는 방법도 아직 미숙하다. 미국과 유럽은 연기금의 50~60%가 ETF를 활용하고 일본도 중앙은행이 직접 112조원 규모의 ETF를 운용하지만 한국은 국민연금조차 아직 ETF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ETF로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적극 투자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최근 ETF를 직접 매매하는 연기금들마저 '코스피200' 등 일부 대형주만 편식하고 인버스와 레버리지 등 단타매매만 일삼는 한국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이는 어느 한 투자주체 탓만은 아니다. 당국이 더 발빠르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각 운용사는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ETF 종목을 개발해 수요를 이끌어내야 한다. ETF는 파생적 성향도 있기 때문에 잘 활용만하면 액티브펀드를 웃도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자산배분 효과도 탁월하다. 이번 연기금의 참여로 그동안 부진했던 ETF 종목들의 거래가 활발해지면 현재 전체 6.2%(16개)에 불과한 '스마트베타 ETF'를 대폭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바벨탑을 쌓은 오만함으로 인간의 언어는 여럿으로 분리되는 저주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비기독교인 기자가 보기엔 이는 오히려 축복같다. 다른 언어로 각각의 문화와 문명을 만들고 서로의 한계를 보완해주며 인류가 성장해왔듯, 패시브시대의 ETF 시장도 더 다양하고 성숙해지길 기대해본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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