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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화재 못 막은 안전 점검, 참혹한 대가

최종수정 2017.01.22 13:08 기사입력 2017.01.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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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남 여수교동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 시장내 점포 대부분이 불에 타면서 상인들이 망연자실에 빠졌다.

지난 15일 전남 여수교동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 시장내 점포 대부분이 불에 타면서 상인들이 망연자실에 빠졌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화재 안전 점검을 해도 불이 나는 수가 있다".

지난 17일 오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안전본부가 주최한 전통시장 화재 안전 점검 결과 브리핑에서 한 소방공무원이 한 말이다. 듣는 순간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일은 우연적 요인이 있고, 안전 점검은 기술적 한계와 함께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화재 예방ㆍ진화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전담한 공무원들이 내놓을 말은 아니다.

특히나 최근 잇따라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 전통시장 화재가 정부의 안전 점검 이후에 일어난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은 변명 수준이 아니라 '망언'이다. 지난 15일 대형 화재가 일어나 100개 이상의 점포가 피해를 당한 여수 수산시장이 대표적 사례다.

이미 지난달 4일 정부가 소방관과 건축ㆍ전기ㆍ가스 기술자 등을 동원해 안전 점검을 진행했었지만 화재 원인을 미리 찾아내 고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3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12월1일부터 31일까지 한달간 전국 전통시장 1256개소를 선별해 특별 안전 점검에 들어갔었다. 전국 18개 시ㆍ도 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1251명 뿐만 아니라 건축ㆍ전기ㆍ가스 기술자 700여명이 참여해 종합적인 조사를 벌였다.

문제는 화재의 원인인 전기 시설의 허술함을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옥상에 가연성 물질인 생선 건조대가 많이 방치돼 있고, 통로에 소방차가 진입하기 여러우니 개선하라는 점만 지적됐다.
이와 관련 전남 여수경찰서는 지난 15일 화재 직후 1차 현장감식을 한 결과 불이 시작된 점포와 주변에 설치된 전기 배선에서 단락흔(끊어진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화재 현장에선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낡은 전기 배선이 한 눈에 봐도 위험해 보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5일 전남 여수시 교동 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15일 전남 여수시 교동 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화재 안전 점검이 말로는 '합동ㆍ집중ㆍ특별'이지만, 실제로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 이날 브리핑에서도 한 소방공무원은 "노후화된 전기선은 선반이나 쌓여 있는 물건 등에 가려져 있는 탓에 미처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점검을 나가더라도 공용 시설 위주로만 보기 때문에 개별 점포의 시설까지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점포 내부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은 사실상 살펴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여수 수산시장도 평소에도 불길이 치솟거나 특별한 열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화재경보기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렸다는 일부 상인의 진술이 확인되고 있다. 특별 점검에 나선 공무원ㆍ기술자들이 조금만 세심해 들여다보거나 상인들과 소통을 시도했었다면 문제점을 찾아 낼 수도 있었다.

정부는 또 다시 지난 18일부터 중소기업청ㆍ안전처와 함께 설을 앞두고 전국의 357개 전통시장에 대한 소방ㆍ전기ㆍ가스 관련 전문기관 화재안전점검에 들어갔다. 과연 이번 점검은 화재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 미연에 방지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한 번 실수의 대가는 가혹하다. 점포 679곳이 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피해 신고액은 집계한 것만 700억원이 넘는다. 여수 수산시장의 피해액도 100억원에 육박한다. 이 점만 명심하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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