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해운업과 조선업을 분석해온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가 해운업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렵게 꺼낸 한마디다.
벌써부터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사후약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 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하는 상황에서 정작 책임질 당사자는 없고, 오히려 경영 실패에 책임이 있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전 주식을 파는 모습으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이유가 어찌됐든 한진해운이 2일 내놓은 자구안에도 대주주의 사재 출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너와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어야할 사외이사와 감사의 책임론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이사회 안건 510여건 중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내놓은 경우는 '0'건. 해운업황과 회사의 실적이 최악으로 치닫는 와중에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만 해온 셈이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최은영 회장을 대상으로 강제조사권 발동 검토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그간 발행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공모회사채 판매실태를 전수 조사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방침 역시 마찬가지다.
해운업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투입해 눈에 보이는 부실을 털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 지배구조개선, 내부통제시스템 강화 등 근본적인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변수를 줄이고 상수를 늘려가는 데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