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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이 시대의 '청백리 구치관'을 바라며

최종수정 2018.03.21 14:01 기사입력 2018.03.21 10:22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연일 채용 비리 사건으로 시끄럽다. 공공기관인 강원랜드에서는 신규 채용자 가운데 95%가 넘는 인원이 부정 청탁자로 밝혀졌다. 심지어 금융권 채용 비리를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의 수장은 과거 채용 비리 의혹에 휘말려 불과 취임 6개월 만에 자리를 내놓고야 말았다. 금감원 역사상 첫 민간 출신의 수장인지라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배가 된다.

금감원 사태만 놓고 보자면 현재까지도 갖가지 '설'이 떠돌며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대립각이 세워지는 모습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의 채용 비리 연루 시점이 2013년이기 때문에 이번 채용 비리 의혹을 하나금융이 고발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나은행이 지난 1월 진행된 금감원 채용 비리 조사에서 2015년과 2016년 자료만 제출하면서 그 전의 자료는 오래돼 완전히 삭제됐다고 보고한 것도 의구심을 더한다. 이 때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사퇴한 금감원장 관련 제보를 하나은행 경영진들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게 일반적 추론"이라며 의도된 폭로인지도 검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 측은 과거 채용 비리 의혹을 공개하면서까지 금감원과 충돌할 이유가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이 같은 논란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기는 힘들다. 다만 확실한 것은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당시 지인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인사 담당 임원에게 추천자의 이름을 건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옳지 않은 일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사임의 변으로 "감독기관의 수장으로서 조직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자신의 사임이 역할 수행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바람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최 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개미구멍으로도 둑이 무너진다'는 말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작은 일탈이 조직에는 치명적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랬던 당사자조차 그의 표현대로라면 당시는 '관행'이었을지 모를 사소한 일탈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금감원 20년 역사의 최단 기간 수장으로 남게 됐다.

조선시대 세조 때 정승 자리에까지 오른 구치관(具致寬·1406~1470)은 워낙 정직하고 청렴한 성품으로 일체의 청탁을 배격했기에 청백리의 표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그가 인사권을 쥔 이조판서 시절에는 이런 일화도 전해 내려온다. 어느 날 지인이 인사 청탁을 위해 찾아오자 그는 묵묵히 한 권의 두루마리를 펴 보이고 "이것이 임명 초안인데 귀공의 이름도 여기에 올라있습니다. 그러나 권도(權道)를 찾아 일신의 영달을 구하는 귀공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나라를 위하는 큰 사람이 아닌 것 같소. 이제 내가 귀공의 이름을 지우니 내 처사를 너무 인정이 없다고 나무라지 마시오"하면서 찾아온 사람의 이름을 지워 버렸다고 한다.

이에 조선 전기 최고의 문장가인 서거정은 그에 대해 "비록 작은 벼슬 낮은 직책일지라도 일찍이 한 번도 혼자 천거하는 일이 없었고, 또 친한 친구라고 하여 개인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일도 없었다. 용관(冗官-쓸데 없이 자리만 지키는 사람)을 도태시킨 사람만도 백 수십 명이나 되었다. 또 고관이나 귀인(貴人)이 자제(子弟)를 위해 좋은 벼슬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면 먼저 이들을 도태시켰다"고 평가했다. 구치관은 세종부터 성종까지 여섯 임금을 두루 모셨고 특히 세조가 그를 일컬어 '나의 만리장성이다'라고 칭송할 정도로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고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경구, 분명 옳은 말이다. 하지만, 굳이 '인사가 만사'라고 강조하는 것은 반대로 실제로는 인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탓이 크다. 이 시대의 구치관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인 건가.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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