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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매머드가 맞을까? 맘모스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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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성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교육팀장

백두성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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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의 발달단계 중에는 소위 ‘공룡기’가 있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5~7세경의 남자아이들은 공룡에 빠져들어 이름과 크기, 어디에서 살았고 무엇을 먹었는지를 모조리 외우고 있어 전공자인 필자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요즘 주변 여자아이들 중에도 꽤 많은 아이들이 그런걸 보면 예전엔 성역할이 고착되어 남자아이는 자동차와 공룡, 여자아이는 꽃과 인형을 좋아해야 하는 줄만 알았기 때문에 공룡 덕후임을 커밍아웃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어릴 때 외웠던 천자문을 지금은 까맣게 까먹었듯이 그 아이들도 크면 공룡이름은 모두 잊고 모바일 게임에 빠져들게 되는데 간혹은 학년이 올라가도 관심을 놓지 않고 계속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고, 공룡에서 그 범위를 넓혀 다른 화석에 관심을 갖거나 심지어 직접 구입하거나 채집해서 화석을 소장하는 학생들도 있다. 자연사박물관에 근무하다 보면 일 년에 몇 번씩은 직접 화석을 가져와서 진짜가 맞나요? 하며 눈망울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만나곤 하는데 이럴 때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중생대의 지배자인 공룡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화석생물은 신생대의 거대 포유류이자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의 주인공인 매머드이다. 그런데 매머드가 맞을까? 맘모스가 맞을까? 어릴 때 빵집에서 팔던 빵 중에는 맘모스빵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빵이 있었고, 흔히들 커다란 건물 같은 규모가 큰 무언가는 매머드급 ○○이라고도 부른다. 둘 다 Mammoth라는 단어를 표현한 말인데, 표준어는 매머드이고 맘모스는 일본식 발음이라고 보면 된다. 학술적인 이름, 즉 학명은 Mammuthus이니 마무투스라고 부르는게 옳겠지만 입에 붙지는 않는다. 러시아어로 ‘흙의 동물’이라는 뜻인데, 흙속에서 이따금씩 발견되는 화석을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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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와 코끼리는 친척관계인데 흔히 매머드는 코끼리의 조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매머드와 코끼리는 공동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각자 진화의 길을 걸었고 그 중 매머드는 약 1만 년 전에 멸종, 코끼리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류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매머드가 진화하면 코끼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머드는 약 300~400만 년 전인 중기 플라이오세 시기의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출현했다가 플라이스토세가 시작되는 250만 년 전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멸종하고 유라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애니메이션 덕분에 매머드 하면 긴 털이 나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더운 기후의 종은 긴 털이 없었고 추운 지방에 살았던 종에는 긴 털이 나 있었다. 매머드급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매머드는 코끼리보다 매우 클 것이라는 것도 오해이다. 매머드 중 제일 큰 것은 송화강 매머드로서, 어깨까지 높이가 5m에 이르러 현생 코끼리보다 훨씬 크지만 난쟁이 매머드 같은 작은 종은 어깨높이가 2m도 되지 않는다.
보통 동물 화석은 뼈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는 종종 냉동된 상태의 매머드가 발견된다. 2007년 러시아 야말반도의 진흙층에서 발견된 생후 약 1개월 된 새끼 매머드는 피부와 털 뿐만 아니라 뱃속의 장기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다양한 분석을 통한 연구를 하고 있다. 초기 매머드 발굴시기엔 냉동된 매머드를 탐사에 참여한 썰매개에게 먹였는데 탈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왜 썰매를 타고 갔을까? 매머드가 묻혀있는 지역은 길이 나 있지 않아서 차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도 매머드가 발견되었을까? 북한에서 매머드는 털코끼리라고 부르는데, 함경북도 화대군 장덕리 지역에서 매머드 골격과 어금니, 상아가 여러 개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직접 볼 수는 없다. 전라북도 부안군의 상왕등도라는 섬 주변 얕은 바다에서 매머드 어금니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6년에 상왕등도 주변 해저 바닥에서 어선의 저인망 그물에 걸려 올라온 것을 2009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감정의뢰하여 매머드의 어금니라는 것이 밝혀졌고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왜 매머드가 해저 바닥에서 발견되었을까? 빙하기가 오면 극지방에 빙하가 늘어나고 바닷물의 양이 줄어 그 결과 해수면이 낮아지게 된다. 수심이 얕은 황해는 빙하기 당시에 바닷물이 빠져 육지였을 것이고 그 육지에 살던 매머드가 죽어 묻혀 있다가 발견되었을 수 있다. 그 자리에 살았던 매머드였다면 빙하기의 기후를 알려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 쌓여 있던 육지 퇴적물이 황해로 흘러들어가 매머드가 해저에 놓인 것이라면 이 가설은 틀릴 수도 있다.

그런데 전시장에 있는 공룡이나 매머드 같은 거대 골격화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구분할 수 있는 꿀팁을 공개한다. 진짜 골격화석은 손상시키지 않도록 뼈들을 금속의 지지대로 고정한다. 그러나 복제한 뼈는 가운데 구멍을 뚫고 철심을 넣어 고정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더 깔끔해 보인다. 복제품은 가짜라고? 많은 자연사박물관은 실물 공룡화석을 가지고 있더라도 보존을 위해 원본은 표본 보관창고인 수장고에 넣어두고 복제한 표본을 전시한다. 실제 골격화석을 틀에 넣고 정밀하게 복제한 것이라서 크기와 형태, 색깔까지 똑같다.
백두성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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