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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내부 제보와 국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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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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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박-최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들 조직의 내부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의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조직 내부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 행위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사람을 우리는 '내부제보자(whistleblower)'라고 부른다. 미국의 경우 이처럼 공적 이익을 위하여 조직의 내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사례는 1773년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내부제보(whistleblowing)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소비자운동을 주도한 랄프 네이더(Ralph Nader)부터라고 한다.

사실 이제까지 자기가 속한 조직의 정보를 외부에 폭로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 이제까지 이들은 설사 그 목적이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공적 이익이었다 하더라도 통상 '배신자'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무원이건 노동자건 조직의 구성원은 조직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사회 구성원의 하나였고, 따라서 조직의 행위나 결정이 사회 전체의 공익을 해칠 경우 이를 사회에 알려야 할 책무가 있다는 주장이 일반화되고 있다. 내부제보는 부당한 조직의 행위에 대한 시민 불복종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공익을 위한 내부 제보는 해당 조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기업의 경우에는 기업 가치 하락과 불매운동, 심지어는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정부의 경우 정권의 몰락과 혁명으로 진행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부제보자 자신도 위험하긴 매 일반이다. 징계, 해고, 파면, 심지어는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부제보는 미시적 관점으로 보면 이처럼 대단히 파괴적이고 위험할 수 있지만, 거시적인 국민경제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생산적이다. 먼저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윤리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플라톤이 말하는 '기게스의 반지 (Ring of Gyges)'가 시사하듯이, 윤리적 행위는 타인의 눈이 있을 때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윤리적으로 바뀌면 국민경제가 튼튼해진다. 지하경제가 사라지고, 세수가 증가하고, 경제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신뢰가 올라가면, 국가 경쟁력이 향상되고, 외국인 투자도 늘어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훨씬 유리한 대우를 받게 된다. 기업도 좋은 노동력과 윤리적 소비자를 확보하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투명하고 윤리적 사회가 튼튼한 국민경제와 기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밑바탕인 것이다.

내부 고발이 가지고 있는 이런 긍정적 기능 때문에 각국에서는 이를 장려하고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는 'Whistleblower Protection Act of 1989'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2011년 제정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다. 그러나 법 제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현실에서는 법원 판결조차도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익제보를 장려하고 제보자들의 도피와 생활을 지원하는 사회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내부제보실천운동'이라는 시민단체가 조직돼 이러한 활동을 주도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 국가 투명성이 100점 만점에 53점을 받아 세계 176개국 중에 5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내부제보가 필요하고 장려돼야 한다. 나라가 이 지경이니, 어쩌면 최근 드러난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정권의 붕괴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고 하겠다.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는 경제도 민생도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할 뿐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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