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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걸 칼럼]국가의 흥망성쇠, 고통을 나누는 혁신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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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걸 세명대학교 총장

이용걸 세명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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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할까. 공직에 근무하는 동안 이 질문이 자주 머리에 떠오르곤 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60여년 간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12~13위의 경제규모를 이룬 우리나라가 이러한 경제적 위치를 계속 유지하거나 더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다른 저서 ‘나와 세계’ 에서 지리적 조건과 좋은 제도 유무가 국가의 빈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지리적 조건을 보면 열대 국가는 낮은 농업생산성과 열악한 공중보건 등으로 온대 국가에 비해 가난하다고 말하고 있다. 제도적 요인으로서 국민 개개인에게 생산하고자 하는 의욕을 자극하고 국부의 증강을 유도하는 경제·사회·정치적 제도를 가진 나라가 부유하다고 말한다. 시장경제, 민주주의제도, 법치제도를 갖춘 나라를 뜻하는 것 같다. 물론 다이아몬드 교수가 말한 것은 일반적인 조건이고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는 국가들의 발전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각국의 발전 형태를 보면 경제·정치적인 변화의 수용성이 높은 영국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이 발생했고 유럽 각국과 미국, 일본이 이를 자국의 정치·사회·문화적 기반을 토대로 모방·수용함에 따라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2차대전 이후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발전 모델과 각국이 놓여 있는 환경 등 감안해 다양한 성장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개도국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개도국들은 맥킨지 등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 요청하면 교육제도, 농업 및 산업정책, 의료제도 등 국가발전에 필요한 모든 정책을 아주 상세히 제공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성장을 가져오지 못할까. 같은 개도국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비교해 개도들이 아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다이아몬드가 말하는 좋은 제도의 도입이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제도 도입이 지연되거나 정착이 좌절됨에 따라 개개인의 발전욕구를 하나로 묶는 국민적 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력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개도국들은 기본적인 초중등 교육에는 관심을 기울였으나, 고등교육에는 관심이 미흡하였다. 우리의 경우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립대학이 설립됐고, 이를 통해 중화학, 전자, 반도체 산업 등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었다. 셋째 한국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탄력적인 산업 및 수출정책을 통해 세계경제 흐름을 잘 탔다. 신발,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주도 산업의 발전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열대 국가의 낮은 농업생산성과 공중보건 문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온대 국가에 비해 비용이 조금 더 소요될지 몰라도 극복하지 못할 조건은 안 될 것이다. 21세기 국가의 흥망성쇠는 지리적 요인보다는 제도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난 60년간 높은 경제 성장으로 다른 국가의 모델이 되기도 한 한국이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성장에 기여해 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제도와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혁신은 이미 기득권층이 형성돼 있거나 수혜인원이 많아 바꿀 수 없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세계 각국은 재정에 많은 부담을 주는 연금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제도와 산업에 경쟁을 강화시키는 방안도 그러하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거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방안은 기득권층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에게 고통의 분담을 요구한다. 긴 호흡을 가지고 정책 대안을 선택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용걸 세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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