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동방예의지국이란 평을 들은 이 나라가 이런 처지가 됐을까. 돌이켜보면 참여정부 때에 시작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그시절에 혐의를 둔다. 그 땐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다. 고인이 된 노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대통령이다. 그를 혹평한 보수 성향의 거대 신문사는 대통령이란 직함을 빼고 '노,~'라는 식의 제목을 달았다. 그 신문이 하면 뭣이든 따라한 당시 신문들도 이 일조차 따라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자유 무역에서, 자국을 우선시하는 보호 무역 중심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면서 R&D와 제조의 변화와 환경 변화에 앞서갈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의 혁신,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 이 세 가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은 경영 목표 수치를 제시한 다른 그룹에서는 나오지 않은 부분이어서 신선하다. 구 회장은 존경을 받는 방법도 제시했다. 바로 투명경영과 배려를 통한 신뢰의 축적이다. 구 회장은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면서 "경영의 투명성을 한층 더 높여 투자자와 사회의 믿음에 부응하고 배려가 필요한 곳에는 먼저 다가설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살균제 가습기를 소비자들에게 팔고, 그것으로 소비자가 목숨을 잃어도 책임질 줄 모르는 기업들이 있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기업과 기업인을 쉽게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겠는가. 재벌과 준재벌, 거부들의 자제들이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고 직원들을 종 부리듯 하는 행태를 보이는 데 어떻게 그들을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겠는가 하는 국민 정서를 생각해본다면 LG그룹의 신년사는 이 그룹만이 아닌 기업 전체의 자성이 돼야 마땅하다. 그것은 존경이란 단어조차 존립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겠다는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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