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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칼럼]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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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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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은 지난 한달여간 촛불드라마의 하나의 매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거대한 촛불의 물결이 외치고 있는 것은 무능하고 타락한 한 권력자의 퇴진을 넘어서는 것에 있으니, 거기에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다. 지금 우리가 참여하며 보고 있는 것, 광화문과 전국의 거리에서 수백만 사람들이 펼쳐보이고 있는 것, 그것은 하나의 부활제, 끝없이 계속되는 부활제다. 대한민국의 부활제이며 민주주의의 부활제이며 국민주권의 부활제다.

그 부활이 더욱 부활제인 것은 이 거대한 축제가 추운 겨울, 동토(凍土)의 계절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부활은 얼어붙은 땅을 뚫고 꽃을 피워올린 부활일 때다.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 하듯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어 새생명을 탄생시키는 부활일 때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했지만 실은 빛은 어둠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겨울이 길고 어둠이 깊었기에 우리의 촛불은 더욱 뜨겁고 찬란했던 것이다.
촛불의 함성은 한국 사회의 모든 선한 의지와 간절한 염원의 집결이었다. 살기 좋은 땅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듯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염원이 만드는 것이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성탄송의 '주의 부모가 아기 예수 탄생에 감사기도할 때' 그것이 실은 감사가 아니라 기원의 기도임을, 그 간절함이 주의 탄생을 가져왔듯 기원과 열망이 성탄을, 천국을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 염원과 기도와 열망으로 '혁명'을 이룩하려 한다. 그 혁명은 촛불의 주역인 국민이 나라의 주인, 민주주의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 또 다른 건국이다.

그 힘을 믿는가. 촛불을 드는 우리의 마음이 참으로 숙연했음을 기억하자. 광장으로 향하는 우리 마음이 예배나 미사를 드리는 심정과도 같았던 걸 기억하자. 광화문 광장에 나온 어느 70대 노학자가 감격스레 말했듯 촛불 집회에 나갈 때면 우리의 마음이 더없이 경건해졌음을 떠올리자. 우리가 결연해진 만큼 순해지고 온유해진 손으로 촛불을 들었던 그 마음을 간직하자.
1000만이 모이는 동안 폭력행위 한 건 없는 '기적'을 연출한 것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스스로 놀라웠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극도로 무능한 사람을 최고지도자로 뽑았던 참담함이 있다. 자괴감과 자기환멸이 있다. 부끄럽고 어리석은 백성으로서의 오욕이 있다. 그 거리, 그 위대함과 거룩함과 참담함과 오욕의 현실 간의 거리, 우리의 혁명의 출발이 거기에 있고, 혁명의 목표가 또한 거기에 있다. 주권자로서의 재탄생, 시민으로서의 거듭남, 국민주권의 확대, 그러므로 우리의 혁명은 무엇보다 자기혁명인바, 그 자기혁명이 사회혁명을 이뤄낼 것이다.

분노로 시작된 혁명은 성찰로 완성된다. 이미 광장을 넘어선 만민공동회가 곳곳서 열리고 있다. 시민주권회의에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시민의회 등의 숙고된 제안과 토론이 백화제방으로 분출되고 있다.

4ㆍ19혁명, 5ㆍ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은 결국 미완이었고 패배였다. 그러나 그건 패배였을 뿐인가. '문경새재 고개는 왠 고갠지 구비야 구비구비가 눈물이 나네'라고 문경아리랑은 노래한다. 인생살이는 그 굽이굽이를 넘어야 하는 것이듯, 그 구비를 넘으며 흘리는 눈물과 고통이 우리네 삶을 진(眞)인생으로 만들 듯, 오페라 '마적'의 두 연인이 불과 물의 혹독한 시험을 거쳐 사랑의 승리를 이뤄내듯 고통과 시련이 우리를 정화시키고 단련시킬 것이다.

시련을 이겨내는 순정으로 혁명을 완성하자. 어느 시인이 말했듯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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